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가 에너지 절약에 나섰다고 2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경제성장률이 주춤하면서 경기가 위축되자,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4일 3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차기 대통령도 주요 당선공약으로 일반 가정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강력한 에너지 절약 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에너지 효율성 확보를 러시아 경제 현대화를 위한 5대 핵심과제 중 하나로 정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2020년까지 40%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 러시아 에너지 효율성, 유럽국가 절반에도 못 미쳐

이는 그동안 러시아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절약과 거리가 멀었다. 러시아 정부가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의 에너지 자원을 국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면서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경쟁에서 자유로운 러시아 국영 자원운영기업들도 방만한 운영으로 에너지를 낭비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러시아가 낭비한 에너지의 양은 영국이 일년 동안 쓴 에너지의 양보다 많았다.

지난해 맥킨지 보고서는 러시아를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국가로 선정하고, 러시아가 자연환경이 유사한 캐나다보다 3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연구소의 바실리 벨로프 에너지 부문 총괄 책임자는 "러시아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교해 똑같은 활동을 하려면 2.5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러시아 정부, 에너지 가치 뒤늦게 파악해

전문가들은 2009년 마이너스 성장 이후, 러시아 정부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푸틴이 재집권한 마지막 해였던 2007년, 8.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8년 5.2%, 2009년 -7.8%로 하락했다. 세계은행(WB)은 이때 러시아가 낭비한 에너지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3200억달러(약 360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도 에너지 절약이 주목받는 이유로 꼽힌다.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에너지 효율 연구원의 이고르 바쉬마코프 원장은 "석유는 땅을 판다고 해서 무한정 나오지 않는다"며 "에너지 절약은 러시아 경제의 흥망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다"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원유 생산량이 2020년 최고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