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지난 17~18일(토·일) 이틀간 전국 69개 지역구에서 집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단일화 경선을 실시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 간 경선이 벌어진 관악을도 그 중 하나였다. 두 개 여론조사회사가 각각 600명을 상대로 조사했다. 각 회사는 관악을 유권자의 연령별 인구 비례에 따라 19~39세 276명, 40~59세 215명, 60세 이상 109명씩 할당했다. 여론조사는 17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18일 오후 10시에 끝났다.
◇통합진보당, 50분 만에 60대 여론조사 샘플 끝내
여론조사 방식은 두 가지였다.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 RDD(임의 전화 걸기) 방식과, 사전에 녹음된 질문에 응답자가 버튼을 눌러 대답하는 ARS(전화 자동응답) 방식이었다. 문제는 ARS였다. 면접원이 직접 전화를 거는 RDD 방식에서는 나이를 속이기 어렵지만, 전화 버튼을 눌러 응답하는 ARS에서는 얼마든지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희 대표의 보좌관 조모씨는 주말 오전에 집에서 전화를 받는 연령대가 주로 고령층이기 때문에 연령대 할당량이 고령자부터 채워진다고 보고, 여론조사가 시작된 지 50분 만인 17일 오전 10시 49분에 관악을 당원 105명에게 "ARS 60대는 끝났습니다. 전화 오면 50대로"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 시간 전까지는 60대로 응답하다가 50대로 전환하라고 지시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씨는 11시 22분에는 "지금 ARS 60대로 응답하면 전부 버려짐. 다른 나이대로 답변해야 함"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11시 35분 "60대와 함께 40~50대도 모두 종료. 이후 그 나이대로 답하면 날아감"이라고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선거 캠프의 박모 국장도 11시 36분 142명의 당원에게 "ARS 40~50대 대상자는 종료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ARS 받으시는 분들은 20대로 답하셔야 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 나이를 속여 답할 것을 지시했다. 이렇게 조씨가 13회, 박씨가 9회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 대표 측이 어떻게 시간대별 조사상황을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전화조사 당시 고연령대부터 할당 몫이 채워졌다는 안내가 나왔기 때문에 그걸 듣고 당원들에게 알린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과정에서 누군가 이 대표 측에 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ARS 60대에서 이정희 지지율 11% 뛰어
전화면접원의 RDD 조사는 김희철 50% 이정희 49%로 팽팽한 접전이었다. 하지만 ARS조사는 김희철 42%, 이정희 57%로 이 대표의 압도적 승리였다. 특히 RDD 조사에서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23% 지지를 얻은 이 대표는 ARS에서는 34%를 얻어 11%가 껑충 뛰어올랐다. 40~59세에서도 RDD에서 이 대표는 48%를 얻었지만 ARS에서는 57%를 얻어 9%가 상승했다. 결국 연령을 속이라는 지시가 내려간 ARS 조사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 대표가 승리한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경선을 무효하고 재경선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김희철 의원은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