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병원에 대면(비교하면) 북한 병원은 아주 초라하지요."

지난 17일 오전 9시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20명의 탈북자들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을 받았다.

탈북자들은 건강검진 내내 "거 피 너무 많이 뽑는 거 아닙네까?"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곈데, 이거이 뭐 하는 거요?"라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2006년 한국에 온 최모(여·66)씨는 "아파트 청소를 해서 버는 월 150만원을 중국을 거쳐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나면 병원 가는 건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작년 7월 두 살짜리 딸을 데리고 탈북한 김모(여·40)씨는 "북에 있는 어머니와 오빠도 이 병원에 데려오면 얼마나 좋겠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17일 오전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한 탈북자가 건강검진을 위해 피를 뽑고 있다.

이들에 대한 건강검진 비용은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고려대의 한 교수가 개인 연구비로 댔다. 이 교수가 탈북자 건강검진 비용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0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연구비 등으로 이 비용을 댔다. 그 덕에 건강검진을 받은 탈북자는 37회에 걸쳐 모두 600여명이다. 매달 10~20명 정도가 건강검진을 받은 셈이다. 1인당 검진비가 20만원 정도였으니, 600여명이 검진하는 데 1억2000만원 이상 들었다.

이 교수는 이달 들어 연구비가 아닌 개인 사비 3000만원도 탈북자 건강검진 지원비로 쾌척했다. 3~4년 전 건강검진을 받은 탈북자들이 오는 5월부터 내시경 검사 등이 포함된 좀 더 고가의 2차 건강검진(1인당 40만원 정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이 비용으로 올해 3000만원을 다 쓰도록 할 계획이고, 내년 이후에도 이 사업에 사비를 계속 기부할 생각이라 했다. 이 교수는 "탈북자들은 경제력으로 어려워 남한의 최신 의료 혜택을 경험하긴 어렵다. 통일이 될 때까지 계속 지원하겠다"고 병원 측에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