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월가(街) 금융사들의 인기가 바닥에 떨어졌다. 금융사들의 비도덕적 행위가 이어지면서 주변 시선도 안 좋아졌고, 금융위기 이후 대우도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하버드대나 예일대 등 유명대학의 인재들이 금융권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취업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 대학내 금융권 부정적 인식 확산
이러한 움직임은 대학 채용행사(캠퍼스 리쿠르팅)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가을, 하버드대와 예일대 재학생들은 금융사 채용행사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기회를 잡더라도, 금융권에 가지 맙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프린스턴대 재학생들은 월가 점령 시위대와 함께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의 채용행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권 기피현상이 앞으로 더 확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네소타 대학의 인류학 조교수인 카렌 호는 "유명대학 재학생들이 금융권의 탐욕에 대해 반대하는 모습은 더 어린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낙수(落水)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골드만삭스 런던 지부의 그렉 스미스 상무가 쓴 기고문도 여기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그는 지난 14일 '나는 왜 골드만삭스를 떠나는가'라는 글에서 "이제는 대학생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월가가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더는 회사에 남아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고백했다.
◆ 해고 늘고, 보너스 줄어…'예전같지 않네'
여기에 최근 정리해고가 늘고 보너스는 줄어드는 등 월가의 대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인식도 더해졌다.
지난해 10월 토마스 디나폴리 뉴욕주 감사관은 올해 말까지 뉴욕시 전역에서 금융권 일자리가 1만개 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뉴욕 금융권에서는 2만2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지난해부터 골드만삭스와 크레디트스위스, 바클레이즈가 연이어 해고 발표를 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역시 3만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다.
금융권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그동안 남발하던 보너스도 삭감됐다. 모간스탠리는 지난해 보너스 한도를 12만5000달러로 제한했고 골드만삭스도 일부 직원의 보너스를 기존보다 절반이나 삭감했다.
◆ IT 업계 인기몰이…금융권 찬밥
취업시장에서 IT를 비롯한 다른 업종의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금융권의 인기가 떨어지게 된 원인이다. 채용 컨설팅 업체인 유니버텀이 대학을 졸업한 40세 이하 1∼8년차 직장인 6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취업하고 싶은 직장 1, 2, 3위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IT업체가 휩쓸었다.
금융권에서 가장 순위가 높았던 JP모간은 41위에 불과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졸업생 중 금융권에 취업하는 학생 비율도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28%였지만 지난해에는 17%로 줄었다.
텍사스대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벤 프루덴은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으면 금융권에 취업하는 대신 IT업체에서 일할 것"이라며 "거머리처럼 다른 산업에 기생하면서 피를 빨아먹는 금융권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포브스는 전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IT 업계 억만장자 수가 10년 전보다 2배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지금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되고 싶다면 월가에 진출해 금융권에서 일하기보다 실리콘밸리에서 IT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편이 더 낫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