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요즘 쓰고 있는 책의 가제목은 이렇다. '결리니까 중년이다.'
작년 한 해 청춘을 위로하는 책이 쏟아졌다면, 올해는 중년이 주인공인 책이 그 자리를 대신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저술·번역 출간된 중년 관련 서적은 연간 10여종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두 달여 만에 벌써 10여종이 쏟아졌다. '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소노 아야코) 개정판과 '남자의 물건'(김정운), '중년수업'(가와기타 요시노리),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이의수) 등이다.
그간의 책이 중년의 건강·성(性)·요리·심리 등 실용 정보를 다뤘다면 최근 저작들은 "중년 이후 당신이 주인공이 되라" 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책들이다.
"중년 이후 당신은 자유인으로서 시간을 맞이하게 되고 그때부터 진짜 재미있는 인생이 시작된다. 무엇을 해도 좋다. 나잇값 못하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도 좋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구태여 전속력으로 내달릴 필요도 없지 않은가?"('중년수업'의 한 대목)
왜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마흔 이후 중년을 위로하는 책이 주목을 받을까?
"이르면 45세에 정년을 맞고, 수명은 90세로 길어진 것이 '중년 위로' 종류의 책 출간을 부추긴다"(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몸과 마음은 팔팔하고, 돈 들어갈 일도 태산인데 경기불황 때문에 직장에서 자리를 위협받는 중년들에게 "나도 힘들다. 하지만 힘내자, 아직 살 날이 많으니까"라고 얘기하는 책들에 마음이 동한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 역시 "나와 동년배인 40~50대가 느끼는 건강·자녀·정체성 등을 함께 고민하기 위해 책을 쓴다"며 "중년은 아파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서 안으로 삭이는 것 말고는 해법이 없기 때문에 '아프니까…'보다도 더 깊은 성찰을 담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20~30대 젊은이를 위한 취업 관련서나 에세이는 포화 상태인데, 386세대의 고민이나 정신적 갈증을 풀어줄 만한 책은 드물다는 게 출판계가 '중년' 키워드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보문고·예스24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남성 독자의 비율(38%)은 여성(62%)에 비해 월등히 적고, 독서 시장의 중심축 또한 30~40대 여성 독자(44%)가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중년 남자들은 자신들의 마음속 이야기에 돈을 내기 시작했다. 나이 듦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마흔…' 개정판은 3만부가 팔렸고, 남자들의 불안을 달래며 명사의 사연을 소개하는 '남자의 물건'은 출간 한 달도 안 돼 10만부가 나갔다. 이 책은 특히 40대 이상 남성 독자가 60%를 차지하면서 '이변'이 되고 있다. 연준혁 위즈덤하우스 대표는 "요즘 중년들은 자기를 위해 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위로만 받을 수 있다면 지갑 또한 기꺼이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