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전남 목포시 용해동 양을산 자락 목포대 목포캠퍼스. 평일인데도, 교정은 다소 한적하다. 운동장에서는 인조잔디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높이 30m가 넘어보이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은 교정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운동장 너머 본관은 석조 건물 벽에 담쟁이 줄기가 빼곡이 붙어 있다. "여름이나 가을이면 손바닥보다 큰 푸르고 붉은 잎들이 무성하게 달려 건물 전체를 덮지요."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이 건물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 교직원은 소개했다.

60여년 전 목포대가 사범학교와 교육대학이었던 시절 본(本) 교정이었던 이곳은 1980년대 이후 도림캠퍼스(무안군 청계면·청계캠퍼스) 조성과 함께 점차 기능이 쇠퇴했다. 얼마 전까지 있던 음대와 미대까지 옮겨가고 지금은 경영행정대학원과 평생교육원 등만 남아 있다. 본관과 음악당·강당·체육관은 활용중이나, 미술관 2개동은 비어 있다.

◇목포캠퍼스 의대 부지로 활용

목포대 간호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실습용 마네킹을 이용해 심폐소생술 실습을 하고 있다. 목포대는 2009년 3월 전남에서 처음으로 4년제 간호학과(정원60명)를 신설했으며,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목포의 옛 도심과 함께 다소 쇠락한 모습의 이 캠퍼스는 그러나, 목포대의 획기적인 도약과 비상을 실현시킬 핵심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꿈을 꾸고 있다. 목포대가 사활을 걸고 준비중인 현안은 의과대학 유치. 이 캠퍼스는 계획이 성사될 경우, 의대와 대학병원 부지로 활용될 예정이다.

"17만여㎡에 이르는 목포캠퍼스를 활용하면, 최소의 투자비용으로 의대와 대학병원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목포대는 이곳 목포캠퍼스를 의대 설립에 유리한 인프라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하지만, 이 뿐 아니다. 20년 넘게 의대 설립을 준비해온 목포대는 이미 국내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 충실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초과학 연구인프라 탄탄

목포대 도림캠퍼스 공대 쪽으로 들어서면 다른 대학에선 보기 드문 건물 한 동이 서 있다. '공동실험실습관'이다. 이곳에는 물리·화학·생물 등 기초과학 연구에 필요한 고가의 첨단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대다수 대학들에선 대학별·학과별로 구축된 실험·실습 및 연구장비들이 여기서는 한 곳에 모아져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곳에 지난 해까지 구축된 장비는 73점. 75억원 어치다. 올해도 레이저원자방출분광분석기·실시간세포분석기 등 4종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다. '분석용 초원심분리기'는 국내에서 가동되는 유일한 분석 장비로, 대기업들이 앞다퉈 분석을 의뢰해온다.

이들 장비 중에는 단백질·유전자·세포분석 등 의·약학 분야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박진구 연구원은 "이들 분석장비를 활용해 다른 대학 의대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목포대에 의대가 설립되면 당장이라도 효과적인 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립 목포대는 지방대로는 드물게 기초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대학이다. 특히, 생명과학·화학·물리학·한약자원·해양수산자원·식품영양·식품공학·원예과학·해양자원 등 의대의 기초학문 분야에서 전문인력과 교육·연구시설을 확보, 양질의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이 탄탄하다.

보건·의료계열 학과 속속 개설

목포대가 가진 또하나의 강점은 최근 들어 보건·의료 계열 전공학과들이 잇따라 개설돼 전문인력과 교육·연구시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4년제 간호학과(정원 60명)가 신설돼 내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다. 또 2년 전에는 약학대학(정원 30명)이 신설됐다. 지난 해와 올해 8~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 도림캠퍼스 자연과학관 옆에는 올 여름 완공을 목표로 지상 5층, 연면적 4996㎡ 규모의 약학대학 건물이 신축중이다. 강의실과 실험·연구실, 실습약국, 동물실험실 등이 들어선다.

이밖에 약용식물 유전자원을 보전하고 채종원으로서 기능을 맡는 '약초원'을 비롯, 청정동물실험실, 기초과학연구소, 자연자원개발연구소, 갯벌연구소, 한방산업연구소,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 등 기초과학과 의학을 위한 다양한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

농어촌·외국인 의료서비스 특화

목포대가 지향하는 의대의 모습은 기존 대학들과는 조금 다르다. '다도해 지역의 의료·보건복지 실현'을 기치로 내건 목포대 의대는 2000여개의 섬과 바다, 갯벌 등을 끼고 있는 지역 특성에 걸맞는 전문 의료·연구인력을 양성해 노인과 농어촌 특화형 의료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먼저, 노인성·농어촌 질병 등 지역 실정을 고려한 특수질환 치료연구 및 전문 의료인력 양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지역 우수인재의 유출을 막고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의료인력 양성·공급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공중보건 장학제도' 등을 활용, 일정기간 '낙도 의무근무제'를 실시함으로써 도서지역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고 '패밀리 닥터제' 등을 도입해 농어촌 주민들의 생확 속 의료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남상호 기획처장은 "섬·해양 분야로 특화된 의료·보건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국내 최고의 도서·해양 전문 연구기관인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이 축적해온 인적·학문적 인프라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포대는 이와 함께, 중국·동남아 등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고, 목포항과 무안국제공항 등 잘 갖춰진 교통인프라를 활용해 국제적인 의료관광산업을 일으킬 계획이다. 해외 환자에게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코디네이터'를 양성하고, 의료인의 다문화 이해와 언어능력을 배양하는 '국제의료아카데미'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 재외 동포들의 고국방문과 휴양을 연계한 고급 복합의료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고석규 총장은 "외국인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개발해 의료관광산업과 접목, 전남을 동아시아의 의료허브로 만드는 데 한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