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숙적은 일본이 아니라 이란이다. 한국 축구는 1996·2000· 2004·2007·2011년 아시안컵 8강에서 이란을 내리 만났다. 5회 연속 8강 대결의 결과는 2승1무2패. 질긴 인연은 월드컵 최종 예선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2무를 기록한 양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또 한 번 숙명의 대결을 벌이게 됐다.
역대 전적에서도 9승7무9패를 기록하며 한 치의 양보가 없는 한국과 이란은 수차례 명승부를 연출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2대6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1996 아시안컵과 화끈한 공방전 끝에 3대4로 진 2004 아시안컵이 가슴 아픈 장면으로 남아 있다.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에선 박지성이 두 경기 모두 극적인 동점골로 무승부를 만들었다. 가장 최근 대결인 2011 아시안컵 8강전은 연장전에 터진 윤빛가람의 골로 한국의 1대0 승리로 끝났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 3차 예선에서 3승3무를 기록하며 E조 선두로 최종 예선에 진출했다. 간판스타는 3차 예선에서 3골을 터뜨린 주장 자바드 네쿠남(32). 스페인 1부 리그 오사수나에서 2006년부터 활약하며 24골(141경기)을 기록한 네쿠남은 2009년 2월 한국과의 월드컵 최종 예선 경기에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네쿠남과 미드필드에서 호흡을 맞추는 또 다른 유럽파 아쉬칸 데자가흐(볼프스부르크)는 지난달 카타르와의 3차 예선 최종전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스트라이커 레자에이(A매치 11골)와 안사리파드(7골)의 순도 높은 골 결정력도 이란이 내세우는 무기다.
A매치 120경기 출장의 베테랑 알리 카리미(34)도 대표팀 공격에 힘을 보탠다.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가 작년 4월부터 이란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이란 유니폼을 입은 카리미는 2004 아시안컵 한국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바 있다.
이란의 사령탑 케이로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석 코치 출신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아래에서 5시즌 동안 맨유의 전술과 훈련 프로그램을 맡았던 케이로스는 2008년 맨유의 정규리그·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2003~2004)와 포르투갈(2008~2010) 감독 시절엔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역대 이란 원정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국으로선 이란의 홈구장 아자디 스타디움이 부담스럽다.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1288m)과 비슷한 해발 1273m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은 고지대의 압박에다 10만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원정 팀에겐 악명이 높다. 한국은 오는 10월 16일 이란 원정경기를 치르고, 내년 6월 18일 홈에서 이란과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를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