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를 놓고 스페인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 때문에 올해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히자 지방 정부도 반발하고 나섰다.
균형 재정을 위해 갈길 먼 스페인도 그리스나 이탈리아처럼 정치적 이유로 재정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중앙 정부 vs 지방 정부, 재정 적자 네탓 공방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인 크리스토발 몬토로 예산장관은 지방 정부의 공공부문 지출을 조정하기 위해 지방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대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지난 1월 제안한 정부가 제시한 재정 적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지방정부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이달 내 의회에서 통과될 것"이라고 지방 정부를 압박했다.
스페인 중앙 정부가 지방정부를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일 라호이 총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직후 올해 EU와 약속한 재정적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목표치를 4.4%에서 5.8%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라호이 총리는 재정적자가 갈수록 악화되는 원인으로 정부의 긴축재정을 따르지 않는 지방정부를 지목했다.
스페인 중앙 정부는 17개 지방정부의 채무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지방 정부의 재정적자 비율은 목표치인 1.3%를 훌쩍 뛰어넘는 2.9%를 기록했다.
중앙정부는 지방 정부의 공공부문 지출이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방정부의 공공부문 지출을 150억유로 이상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지방 정부의 공공부문 지출비중은 오히려 20년전과 비교했을때 두배 이상 늘어났다.
지방정부는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하는 것이 중앙 정부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중앙 정부가 공공부문 지출을 지나치게 줄여서 시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야 하고, 이로 인해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방 정부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카탈루냐 주정부의 경우 중앙정부로부터 공공부문 예산이 끊기면서 필수 지출인 의료와 교육 부문 지출 예산을 12%나 줄었다. 지난해 12월 무디스는 발렌시아 주 정부가 도이치은행에서 빌린 1억2300만유로를 제때 갚지 못하자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Ba3)으로 강등했다.
◆ 라호이 총리의 정치적 목적 분석도
라호이 총리가 정치적인 이유로 지방정부와 예산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라호이 총리는 올해 예산안 확정안 발표도 오는 25일 안달루시아 지방선거를 이후로 미룬 상태다.
페르난도 페르난데스 런던 정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라호이 총리가 예산안 줄다리기를 통해 경제력이 약한 지방 정부를 통합하고 권력을 재분배하려고 한다"며 "이번 재정 위기를 통해 스페인이 현행 17개 지방정부 체제를 유지해나갈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지방 정부의 재정적자 비율을 조절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카를로스 세바스티안 가스콘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지방정부는 중앙 정부의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며 "라호이 총리가 재정 적자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면 오히려 지방 정부의 부채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약해져 지방 정부의 적자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