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서울의 대표적 공장지대이자 한때 '교육의 불모지'로 불렸던 이곳에서 한 신생 고교가 명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신도림고등학교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009년 개교한 신도림고는 이듬해 시행된 고교선택제에서 17.1대 1의 지원율(이하 1단계 기준)로 서울 소재 일반계 고교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 해 지원율에서도 19.1대 1을 기록하며 놀라운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학 교실은 3층, 과학 교실은 4층에 모아라"
신도림고는 지난 2010년 교과부가 실시한 전국 과학중점학교 평가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개교 첫해인 2009년 과학중점학교로 선정된 후 수학·과학 관련 교과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해 온 결과다. 정다인(2년)양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신도림고를 선택했다. 정양은 "집은 여의도에 있지만 과학을 집중적으로 배우고 싶어 신도림고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신도림고 본관 3층과 4층엔 수학·과학 교실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 일명 '수학·과학존(Zone)'이다. 3층엔 세 개의 수학 교실이 자리 잡고 있으며 4층엔 과학(화학·생명과학·물리·지구과학)실험실과 과학교사 연구실, 과학리소스룸이 위치하고 있다. 교과별 교실 배치는 과학중점학교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학교 측 조치다. 그 효과는 특히 4층 과학존에서 두드러진다. 일단 과목별 과학 교사가 모이기 쉬워 융합 교육을 위한 수업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각종 실험 수업에 대한 감독이 용이해 안전사고 발생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 학생 입장에서도 과학존은 고마운 존재다. 실험할 때마다 과목별 교사를 찾아다니며 질문할 필요 없고, 기자재 사용이 편리해 효율적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
최은영(2년)양은 "특히 생물 실험 시간에 필요한 도구를 과학존에서 바로 갖다 쓸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수학·과학 수업 수강생의 이동 시간을 줄여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신도림고 학생들은 과학존에서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과제 주제는 학기 초 학생 스스로 정한 후 예선을 거쳐 선정되는데, '입속 세균 제거 물질의 능력 비교'처럼 실생활과 연계할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단 과제가 정해지면 동아리가 편성되고 동아리별로 지도교사가 붙어 학생들의 연구를 돕는다. 연구 결과는 논문 형태로 제작된다. 우수 논문은 연말 교내 포럼에 공개되며 성과가 특출하면 과학논문 대회에 발표되거나 외국 학교에 소개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신도림고 과학 동아리 중 한 곳은 일본 가시와자키고교생들과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니가타현에 위치한 이 고교는 우리나라의 과학고에 해당하는 '슈퍼사이언스하이스쿨' 중 한 곳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뜨겁다. 임영기(3년)군은 "전자·전기 관련 과제를 수행하며 적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신도림고는 인문계 재학생을 위해서도 다양한 교과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비교과 체험활동을 주력으로 하는 일명 '인문사회 아카데미'가 대표적 예. 학교 측은 인문·사회 분야 유명인 강연 등으로 구성되는 이 프로그램에 일정 횟수 이상 참여해 소감문을 작성한 학생에게 학교 명의의 수료증을 발급해준다. 박종민 교감은 "인문사회 아카데미의 규모를 늘리는 등 인문계 학생들에게도 이공계 학생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 능력 따라 맞춤 학습… 재능 계발 지원
신도림고 교육의 최대 강점은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재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5차원 전면교육 프로그램'에서도 그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습자가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력 △인간관계력 등 다섯 가지 측면에 주목해 가르친다는 게 5차원 전면교육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 지력 강화엔 속독 훈련이, 자기관리력 향상엔 학습 플래너 작성법 훈련이 각각 활용된다. 지력 프로그램 참가 경험이 있는 정다인양은 "프로그램 수강 후 책을 읽고 요약하는 능력이 길러져 교과 공부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재학생의 진로·진학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신도림고 재학생은 입학과 동시에 대학 입시에 활용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직접 작성한다. 여기엔 독서·봉사 기록, 교내외 행사 참가 실적, 수상 내역 등이 빼곡히 담긴다. 담당 교사는 학생이 작성한 결과물을 꼼꼼히 읽어보고 수정 방향 등을 지도한다. 특히 우수한 포트폴리오는 학교 차원에서 시상하며 격려한다. 이호재(2년)군은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다보면 자연스레 진로를 생각하게 되고 미래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도림고 재학생은 각자의 학습 능력에 따라 '맞춤형 특화 교육'을 받는다. 영재교육 수준의 심화 학습을 원한다면 학교 측이 개설한 과목별 영재학급에 참여해 관련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영재학급 수업은 대학 수준의 내용으로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학생의 학습 욕구를 자극하는 게 특징. 과학 영재학급 수업에 참여했던 권순성(3년)군은 "영재학급에서 경험한 심화학습을 통해 성취감을 얻으며 자연스레 교과 공부에도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도림고의 교육 목표는 '미래를 위해 뜻을 세우는 소망인, 진지한 태도로 학문을 탐구하는 탐구인,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실력인 육성'이다. 초대 교장으로 신도림고의 교육 방향을 총괄 지휘하고 지난달 퇴임한 오세창 전 교장은 "꿈을 꾸는 시간은 '행복'이고 꿈을 이룬 시간은 '축복'"이라며 "신도림고 학생들이 행복과 축복으로 가득한 고교 생활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