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는 전혀 다른 형식의 세션 ‘조선 디베이트(debate·논쟁)’를 마련했다. 서로 추켜세우며 점잖게 이야기하는 기존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슈에 팔을 걷고 각자 견해를 부딪치는 것이다. 청중 또한 듣기만 하지 않고, 태블릿PC로 전자투표를 해 표로 찬반을 표시했다. 주제는 ‘2050년, 중국미국을 대체해 수퍼파워가 될까’였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할 것이라 보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 여전히 미국의 패권이 유지된다는 미국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의 조지 프리드먼 소장이 맞붙었다. 진행을 맡은 CNN의 앵커 짐 클랜시는 “규칙은 단 하나, 재미없으면 발언권을 빼앗겠다”는 말로 토론을 시작했다.

프리드먼 "1970년대 日이 美 제친다고 했지만 결과 어떻나" 퍼거슨 "38년이면 세상 급변한다… 中 패권은 역사의 흐름"

토론 전: 미국 58%, 중국 42% 토론 전 대형 화면에 청중들의 1차 투표결과가 공개됐다. 미국 58%, 중국 42%가 나왔다. 일단 프리드먼에 힘이 실렸다. 퍼거슨: IMF(국제통화기금)는 중국 GDP(국내총생산)가 2016년에 미국을 추월한다고 했어요. 미 의회예산청은 2032년 미국이 걷은 세금 중 4분의 1 이상을 국채 이자 갚는 데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그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습니다. 글을 하나 인용하지요. '미국에선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 난 미국이 지금처럼 미합중국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 글은 내 옆에 있는 프리드먼이 쓴 겁니다. 제 의견이 맞죠? (청중석에선 박수가 터졌고 그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프리드먼: 제 책 중 한 문단만 읽으셨군요. 퍼거슨은 젊기 때문에 아마 1970년대를 기억 못할 겁니다(퍼거슨은 48세, 프리드먼은 62세).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졌을 때 물가상승률이 연 12%를 넘었어요. 다들 미국이 망할 거라고 했어요. 일본이 미국을 대체할 거라 했죠. 근데 그랬습니까? 물론 중국 성장세 대단합니다. 하지만 중국인 중 92%는 볼리비아 평균보다 소득이 낮습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이 영어가 언제쯤 중국어로 바뀔까요? 중국은 아직 문화와 아이디어를 수입합니다. 미국은 경제·문화·군사 모든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제3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첫째날인 6일 ‘2050년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조선 디베이트’에 토론자로 참가한 조지 프리드먼 스트랫포 CEO(왼쪽)와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관객의 실시간 투표 결과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퍼거슨: 프리드먼은 지금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중국은 빈곤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 따라잡는 빈곤국이 어떻게 가능합니까. 내가 경제학 교수라면 그 논리에 B학점 주겠습니다. 영어 말씀하셨는데, 영어가 어디 미국 언어였습니까?

프리드먼: 영국 사람들은 미국이 실패하길 기대하겠죠(퍼거슨은 영국인, 프리드먼은 미국인). 한 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른 이들도 자신처럼 실패할 것을 기대합니다. 중국은 사회적인 불만과 불안을 통제하고 공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관리 비용을 쏟아붓습니다. 중국은 해결해야 할 딜레마들이 쌓여 있어요. 앞으로 30년동안 중국이 지난 30년처럼 발전하기 힘들 겁니다.

토론 후: 미국 38%, 중국 62%

이때 중간투표가 있었다. 2050년 미국이 수퍼파워일 거라는 청중이 68%로 오히려 더 늘었다. 프리드먼은 물잔을 들어 건배를 제안했고, 퍼거슨은 쓴웃음을 지었다.

퍼거슨: 1960년대 한국은 사하라 이남 국가보다 빈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이죠. 똑같은 일이 중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왜 미국이라는 틀에 갇혀 보십니까. 떠오르는 중국, 가라앉는 미국. 올바른 편에 베팅하길 바랍니다. 프리드먼: 물론 미국엔 여러 문제들이 있습니다. 심각할 수 있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아요. 중국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라도 미국과 같은 수퍼파워가 되기 힘듭니다. 연안을 제외하면 산맥으로 둘러싸여 있어섭니다. 베트남과의 전쟁에서도 거의 패배했죠. 퍼거슨: 그건 20세기 전쟁의 이미지입니다. 다음 전쟁은 사이버 공간의 전쟁입니다. 중국이 지리적으로 봉쇄됐다는 개념은 구식입니다. 역사는 완만한 경사길을 걷는 게 아니라 벼랑처럼 뚝 떨어지는 겁니다. 38년 전 유럽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세요. 소련도 망했습니다. 역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변할 겁니다. 38년 뒤 다시 서울에서 만나서 얘기해 봅시다. 내가 얼마나 옳았는지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디베이트가 끝났다. 청중들은 다시 탭을 들고 투표했다. 미국 38%, 중국 62%. 의견이 완전히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