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0,오릭스 버펄로스)의 선구안에 일본 열도가 놀란 모습이다.

이대호는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을 통해 정교한 타격을 선보이며 올 시즌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히 이대호는 시범경기에 돌입하기 전 23타석에서 단 한 개의 삼진도 당하지 않아 일본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이대호는 "투수들이 전력을 다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시즌에 들어가면 다를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지만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4일 한신 타이거스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이 돼서야 이대호는 일본 진출 이후 첫 삼진을 당했다. 1회 한신 외국인투수 랜디 메신저의 몸 쪽 151km 빠른 공을 지켜 봐 선 채로 삼진을 당한 것. 그러나 이대호는 곧바로 두 번째 타석에서 지난 시즌 일본 센트럴리그 구원왕(41세이브) 후지카와 규지의 포크볼을 부드럽게 잡아당겨 2루타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스포츠 전문 잡지 는 이대호의 선구안에 주목하며 일본 프로야구 연착륙을 예상했다. 스포르티바는'일본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의 판별 방법'이라는 기사를 통해 일본에 진출한 외국인 타자들이 성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점과 판별에 대한 기준을 상세히 설명했다.

외국인타자가 일본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력과 철저한 유인구 위주의 피칭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투구 패턴을 보이는 반면 일본 투수들은 타자의 약점을 파고든다는 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일본 투수들은 설사 볼넷을 주더라도 결코 좋은 공을 주지 않고, 외국인 타자들은 조급한 마음에 선구안이 흐트러져 유인구에 방망이가 나가기 시작하며 무너진다고 진단했다.

는 이러한 근거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타자들은 통산 타율이나 홈런보다는 출루율에 중점을 두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구단이 외국인타와 계약을 맺을 때 인센티브 조항에 타율이나 타점, 홈런 조항을 넣기보다 출루율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홈런 개수에 인센티브가 걸린다면 나쁜 공도 억지로 치고 나갈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출루율을 기준으로 는 '올 시즌 기대해 볼 만한 외국인타자는 오릭스에 입단한 이대호와 요미우리의 존 보우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225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이대호는 장타자라기보다는 교타자에 가깝다. 유연한 몸을 바탕으로 정확한 스윙을 통해 높은 타율을 유지하는 유형의 타자다. 또한 이대호의 통산 출루율은 3할9푼5리로 장타자 치고는 상당히 높은 편이고, 최근 2년 연속 출루율 1위를 차지하며 절정에 이른 선구안을 뽐냈다.

실제로 이대호는 오릭스와 입단하며 출루율 옵션계약을 건 것으로 알려졌다. "옵션은 보너스다. 욕심내지 않겠다"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이대호. 연습경기를 포함해 현재까지 11경기를 치른 이대호의 스프링캠프 성적은 21타수 14안타로 타율 6할6푼7리에 출루율 7할2푼이다. 6일 야쿠르트와 시범경기에 출전할 이대호가 '고감도 선구안'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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