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딸 정연(37)씨가 13억원을 환(換)치기해 미국 변호사인 경연희(43)씨에게 아파트 잔금을 치렀다는 '13억원 돈상자 사건'의 진위를 규명해 줄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이 사건을 폭로한 미국 폭스우드 카지노 전직 매니저 이달호(45)씨가 공개한 '허드슨 클럽 435호 이면계약서'이다.

3년 전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정연씨가 2007년 경씨 소유의 미국 뉴저지주 아파트 허드슨 클럽 400호를 사려고 계약했던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문제의 435호 계약서가 진짜라면 분양가로만 따져도 280만달러(400호 151만달러, 435호 130만달러)가 넘는 집 두 채를 비슷한 시점에 구입하려 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거액의 집 구입 자금이 어디서 났느냐가 문제 될 수밖에 없고, 13억원은 정연씨 돈이라는 의심이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달호씨가 폭로한 이 계약서는 작성일이 2007년 10월 5일이다. 양도인(transferor)란에 경연희씨의 자필 서명과 영문 이름이 쓰여 있고, 양수인(transferee)란에 정연씨의 자필 사인과 영문 이름이 쓰여 있다. 공증인(notary)란에는 'ELISA SUH'(엘리사 서)라는 영문 이름이 새겨진 도장이 찍혀 있다.

엘리사 서씨는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 지역에 있는 부동산중개회사에서 일하는 부동산 중개인이다. 그는 계약서의 진위를 밝혀줄 결정적 증인이다. 그런데 그가 이 문제와 관련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의혹이 더 커지고 있다.

서씨는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연희·노정연씨 간 계약에 공증을 선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제가 (매매 계약의) 당사자는 아니기 때문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가 "경연희씨를 아느냐, 경씨와 정연씨가 아파트 계약을 했느냐"고 거듭 묻자 "저는 정상적으로 인생을 살고 있고, 그분들(경씨와 정연씨)은 그분들 인생이 있다"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확인 요청을 하기 위해 전화를 계속 걸었지만 서씨는 더 이상 받지 않았다.

일각에선 정식 공증문서엔 도장과 함께 공증인의 서명 등이 있는데 이 계약서에는 없고, 문구 중에 양도인·양수인이 뒤바뀌어 나오기도 하는 등 엉성한 부분이 있어 계약서 위조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검찰은 변호사가 아닌 부동산 중개업자가 '보증'하는 수준의 문서이고, 미국에선 정식 계약서 외에 이런 식의 이면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으로 미뤄 진짜일 가능성을 크게 보는 편이다. 특히 이 계약서가 경연희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회사인 EV(Eventure Investment)사의 문서 양식으로 작성된 점 등으로 볼 때 이달호씨 등이 위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