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췌장암을 앓던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은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이며, 다른 한 사람은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이다.(2월 25일자 A29면) 두 사람의 공통점은 그리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다. 잡스는 미혼모인 어머니에 의해 양부모의 집에 보내졌던 사람이고, 강 박사는 13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14세에 축구공에 실명했으며 그 충격으로 어머니까지 잃었다.
잡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자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서 밤낮으로 일에 매달렸다. 강 박사는 장애를 비관하기보다는 장애인의 미래를 밝혀주는 등대가 됐다. 연세대를 졸업한 강 박사는 장애인의 유학을 금지한 정책을 변경하는 데 일조한 사람이다. 그는 강한 의지로 한국 장애인 최초의 정규 유학생이자, 1976년 피츠버그대학에서 한국 시각장애인 최초의 박사가 됐다. 어느 날 우연히 강 박사의 자서전 '빛은 내 가슴에'라는 책에 감명받은 조지 부시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차관보로 임명했다. 이를 계기로 강 박사는 한국에서의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독려했으며 장애인 인권을 제도적으로 증진시켰다. 또한 UN '장애인 행동계획'을 실천하며 세계 장애인복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했다.
강 박사가 마지막 한국 방문을 하기 전 한 모임에서 만난 그분은 유난히 식성 좋고 밝은 분이셨다. 내가 책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니 "미국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을 내려면 메시지나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책을 써내려 가야 한다"며 나름의 노하우도 전해 주셨다. 그런 얼마 뒤 그의 췌장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죽음을 맞는 강 박사의 태도는 감명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축복받은 삶을 살아온 데 감사하며, 가족과 친지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잡스는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i Sorry"라고 했다고 한다. 강 박사는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웠습니다"라고 했다. 한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데에, 다른 사람은 남에게 희망을 주는 데에 생애를 걸었던 것이다. 얼마 전 잡스의 57번째 생일을 맞아 "생일 축하해요, 잡스. iHeaven에서 듣고 있죠?"라는 축하 트윗이 쏟아졌다. 우리 마음의 눈을 밝혀준 강 박사는 남(you)을 배려하고 남이 천국 가길 도왔기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 본다. "강 박사님, uHeaven에서 제 글 읽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