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최종전(6차전) 쿠웨이트와의 경기가 열렸다. 후반 이동국이 첫 골을 넣고 박주영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상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이동국(33·전북)은 지난 29일밤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왼발로 쿠웨이트 골망을 흔들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최종예선에 가겠구나 했다." 이동국의 생각처럼 한국은 그 골에 힘입어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향한 다음 무대에 섰다.

이동국은 한국 축구를 위해 큰 '선물'을 했다.

하지만 이런 '선물'이라면 쿠웨이트전 하프타임 때 은퇴식을 가졌던 안정환이 대표팀에서 더 자주 선사했다. 보답은 그 순간 팬들의 환호로 족하다. 늘 최선의 멤버로 최고의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A대표팀이다.

한국 축구는 갈 길이 멀다. 또 심사숙고해야 한다.

결승골과는 별개로 이동국의 경기력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많았다. 앞에 떨어진 공을 차넣어 만든 한 골 외에는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는 게 중론이다. 최강희 감독도 쿠웨이트전이 끝난 뒤 "경기 내용이 엉망이었다"고 했다.

이기고자 한 경기, 결과를 우선시한 경기에서 내용상 다소 흠이 있을 순 있지만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면 복기는 기본이다.

뻥뻥 뚤린 수비, 공간을 장악하지 못하는 미드필드. 모두 문제겠지만 가장 눈에 거슬린 것은 이동국과 박주영의 부조화로 무너진 최전방이다.

최강희 감독이 기대한 둘의 시너지 효과는 없었다. 반 단 아래 내려선 박주영은 볼이 올라오지 않자 2선, 3선으로 내려가 볼을 챙겨오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우왕좌왕했다.

이때 이동국은 고립됐다. 최전방 버팀목으로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며 공간을 만드는 것이 임무였지만 아쉬운 볼터치로 기회를 자주 날렸다. 우즈벡전에서 보여줬던 여유있는 볼처리에 이은 슈팅은 역시 평가전이어서 가능했던 것일까. 이날 실전에선 늦은 슈팅 타이밍이 낭패를 초래했다.

둘이 삐걱대는 사이 상대는 역습 감행, 전반 내내 쿠웨이트의 짧은 패스에 압박이 툭툭 풀렸다.

이동국은 이제 더 이상 최강희 감독만의 황태자여선 안된다.

최 감독의 이동국에 대한 애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 감독은 사령탑 데뷔전인 우즈벡전에 앞서 "이동국이 그동안 대표팀에서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제 시간을 받지 못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심리적으로 쫓기거나 불안하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시간이 많이 주어진다면 이동국은 자기 능력을 발휘하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했다. 감독이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보호막'이다. 물론 이같은 '이동국 기 살리기'가 최 감독 특유의 이동국 활용법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최근 3년간 2차례나 우승을 안긴 선수에 대한 당연한 발언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최 감독의 신념이 최종예선에서도 통하려면 이동국이 더 나아져야 한다.

원톱이든, 투톱이든, 박주영이 있든, 없든. 상대 수비수를 좀더 달고 다녀야 한다. 볼터치와 트래핑을 세밀화 시켜야 좁은 공간에서 이같은 활약이 가능해진다. 최종예선에서는 상대가 더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더 빠른 슈팅 타이밍을 머리속에 담아야 한다.

현재로선 이동국은 박주영과 손발을 맞출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 감독은 둘을 최종예선에서도 계속 쓰겠다고 공언했다. 형의 입장에서 이동국이 좀더 마음을 열어야 한다. 박주영이 동생들과는 친하지만 선배들과는 많은 교류가 없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큰 시험무대를 앞두고 유독 이동국에게 주문이 많은 것은 그가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현 대표팀은 '최강희=이동국'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등식이 존재한다.

선장이 믿고 맡긴 항해사가 실수를 하면 첫 충격은 선장이 받겠지만 궁극적으론 배가 엉뚱한 곳으로 향한다. 상대에 따라, 흐름에 따라 멤버나 전술을 조정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최 감독은 독한 결정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팀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장기 레이스가 아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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