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에서 국회의원 상당수가 거액을 국외로 빼돌린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리스에서 지난해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 이상의 은행 예금을 국외로 유출한 국회의원 명단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27일 보도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의회에서 "정부가 예금의 국외 유출 자제를 호소하던 시점에 10만 유로 이상의 자금을 유출시킨 의원과 그들의 친인척 명단을 확보했다"며 "합법적인 이체였다 하더라도 합법적이라는 것이 곧 정당한 것은 아니다"며 비판했다.
베니젤로스 장관은 또 "(국가가 위기에 처한) 지금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외국에 있는 자금을 국내로 다시 가져오는 '국가적인 운동'이다"라며 "정치인과 그들의 친인척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금융 위기가 시작된 2010년부터 2년간 스위스로 유출된 15억 유로를 포함해 최소 160억 유로가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그리스를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리스 최대 정당인 보수 성향의 신민주당은 명단 공개를 요구하며 "정치인들은 법률을 준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의원들 외에 그리스 부유층도 런던·베를린 등 해외에서 주택 등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국외 은행에 예금을 이전하고 있다고 FAZ는 보도했다. 런던 고급 주택가 하이드파크 남쪽 나이츠브리지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작년 4분기부터 아랍·러시아·아시아 출신 부호들 외에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남유럽 부자들의 주택 수요가 3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고 디벨트 주말판인 벨트 암 존탁은 26일 보도했다. 이 중개업자는 "런던 부동산 시장은 2007년 부동산 버블이 꺼진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유로 위기 이후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됐다"고 덧붙였다. 골드만 삭스는 2010년 이후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포르투갈·스페인·이탈리아의 국내 예금 규모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그리스의 은행 예금은 빠르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