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대형서점 공공식당에서 아이 화상(火傷) 테러 그리고 사라진 가해자를 찾게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면서 '국물녀'라는 단어가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허모(8)군이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푸드코트에서 50대 여성과 부딪히면서 된장 국물에 데어 얼굴과 어깨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해당 글은 "제가 (화상을 당한)아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간 사이 가해자는 자기도 손을 다쳤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떴다"고 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국물녀 수배령' 등으로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내 푸드코트에서 허모(8)군이 이모(여·53)씨의 오른쪽 뒤에서 달려와 오른손에 들고 있는 된장국물 그릇을 엎고 그대로 달려가는 모습이 찍힌 CCTV 화면. 이씨는 경찰에서 “나도 손에 화상을 입어 찬물로 찜질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아이가 다쳤다고 해서 둘러봤지만 어디론가 뛰어가서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이모(여·53)씨가 지난 2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허군 아버지의 신고로 지난 24일부터 조사를 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상황이 녹화된 CC(폐쇄회로)TV에는 된장 국물을 오른 손에 들고 자기 자리로 가려는 이씨의 오른쪽 뒷부분에서 허군이 뛰어와 부딪힌 뒤 곧바로 달려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경찰은 28일 이 CCTV 화면을 공개했다. 이씨는 "지난 26일 인터넷을 통해 글을 보고 내가 '화상 테러범'이 돼있다는 걸 알았다"며 "아이가 다쳤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사람을 매도하는 것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이와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넷 여론을 몰아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글이 많아지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마녀사냥'식으로 특정인을 매도하는 일이 또다시 벌어진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억울함만 강조한 글을 올리고 이를 보는 네티즌들이 감정이입을 하면서 사실관계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빠른 확산 속도 때문에 정정과 해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날 이 CCTV 화면을 공개하면서 네티즌들은 "아주머니를 욕했던 게 미안하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뛰지 못하게 교육을 했어야하는 거 아니냐", "사과받을 사람은 아주머니"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허군의 어머니는 28일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다시 글을 올려 "당신 손의 상처와 내 아이의 상처가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이 엄마로서 제 아이의 상처만 보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허군의 외삼촌이라고 밝힌 사람은 "당사자는 사고 주의 의무 책임을 위반했고, 사고 장소까지 이탈했다"며 이씨를 두둔하는 네티즌들의 여론을 반박했다.

[천자토론] SNS 속 마녀사냥, 무엇이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