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레티앙 전 캐나다 총리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몸담은 것은 1963년이다. 그의 나이 29살 때다.
라발 대학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 크레티앙은 그해 자유당 소속으로 퀘벡주의 생-모리스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어린시절 열병으로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고, 안면신경마비(Bell's palsy)까지 겹쳐 평생을 찌그러진 얼굴로 살아왔다. 왼쪽 얼굴근육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기에 말이 어눌하고, 발음도 명확하지 않다.

정치인이 되기에는 큰 핸디캡이었다. 더욱이 그는 정치권에서 볼 때 29살에 불과한 ‘애송이’였고, 프랑스어권인 퀘벡주 출신이기에 영어도 잘 하지 못했다.

크레티앙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정적(政敵)들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마다 자신을 이렇게 묘사했다.

"One politician who didn't talk out of both sides of my mouth."

정치인으로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지 않았다는 뜻인 이 말은 언어장애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을지라도 모순된 말을 한 적이 없음을 역설한 것이다.

어린 나이에 하원의원이 된 크레티앙은 고집이 강하기는 했지만 정치인으로 성공했다. 재무부, 법무부, 에너지부 등 여러 부처의 장관을 거쳐 자유당 총재와 총리까지 역임했으니 그렇게 평가할만 하다.

정계 입문에 적절한 나이란 없다. 거기에 대한 평가는 유권자의 몫이다.

한국의 두 전직 대통령도 20대의 ‘어린’ 나이에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6세였던 1954년 제3대 총선 때 고향 거제에서 자유당 공천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9세 때인 그해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10명의 후보중 5위에 그쳐 떨어졌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오늘날에도 20대 젊은이가 선거에 나선다고 하면 “새파란 나이에 무슨…”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그 옛날 두 20대 청년의 도전은 대단한 일이다.

이 두 청년이 훗날 대통령까지 됐지만 정계에 입문할 당시에는 정치적 무게감이 없는 피끓는 청년이었을 뿐이다.

민주통합당 문성근 최고위원이 27일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랬다.

문 위원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나서는 부산 사상구에 손수조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던진 데 대해 “장난스럽다”고 평가절하했다. 문재인 같은 ‘거물’의 대항마로 대학생티가 나는 27세 여성이 거명되는 것이 우습다는 얘기다.

문 위원은 “신인이 이렇게 언급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어차피 질 테니까. 그냥 화제 있는 인물을 찾아본다는 생각일 수 있겠다”며 “그런데 너무 좀 장난스러운 느낌도 든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손수조 예비후보는 “문 위원이 젊은이의 도전을 비웃는데 그래서 민주통합당도 문재인도 미래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노무현 전대통령에 업혀오지도 않았고, 문익환 목사님에 업혀오지도 않고 홀로 사상 벌판에서 싸우는 손수조가 ‘어린이 장난’으로 보이는가”라고 맞대응했다.

사실 문재인 고문은 어느새 거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이든, 문성근이든, 손수조든 모두 국회의원에 당선돼본 적이 없는 똑같은 ‘정치신인’이다.

나이가 어린 여성이라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라고 해서 문재인 고문과 격이 안맞다고 우습게 보는 게 더 우스운 일이다. 스스로 진보를 주장하는 문 위원의 말이기에 더욱 더 그렇다.

모든 것은 유권자가 판단하고 선택할 일이다.

시사어퍼컷=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