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이 유럽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있지만, 유럽 지도자들은 쉴틈을 주지 않고 있다. 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 지도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의 고통은 늘고 있고 국민은 지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긴축을 하면서도 경기 침체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 “씀씀이부터 줄이는 긴축” 필요

전문가들을 제대로 된 긴축을 하려면 “세금을 올리기 전에 정부 지출부터 줄이라”고 주장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국제적인 선례에 의하면, 지출을 줄이는 것이 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긴축의 결과가 더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세금을 더 걷기 전에, 씀씀이부터 줄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 국가가 심각한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 긴축에 성공하려면 총 긴축규모 가운데 3분의 2를 지출을 통해서 줄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씀씀이를 줄이기 전에 세금부터 무작정 높이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소비세를 높이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그러나 현재 유럽에서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 임금을 깎거나 정부 인력을 축소하는 것보다 정치적으로 더 '편리한' 긴축방법에 속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 급여 깎는 것보다 세금 인상이 더 ‘편리해’

이번 재정위기의 근원지가 된 그리스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제 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그리스 의회가 합의한 재정긴축안은 앞으로 5년동안 15만개의 일자리를 줄이고, 연금을 삭감하고 최저임금을 22%까지 줄이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그리스 정부가 통과시킨 370억유로의 긴축안 가운데 절반가량인 55%가 부가가치세, 소득세, 부동산세 등 세금 인상에서 온다.

경제학자들은 그리스 국민의 ‘세금 회피’ 관행 때문에 정부가 부족한 국고를 또 다시 세금 인상을 통해 메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그리스국민은행의 니코스 마기나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출을 줄이는 것은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세금 인상은 경제를 왜곡하기도 한다"면서 "물론 쓸데없는 지출은 줄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그리스의 경우는 세금 회피가 문제가 된다"며 "세금을 더 걷자는 것이 아예 틀린 접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리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도 같은 문제를 겪었다. 이탈리아는 GDP의 5%에 달하는 긴축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 역시 대부분 세금 인상을 통해 이루려고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공식적인 세금 회피 규모는 GDP의 17%에 달할 정도로 세금 회피가 만연하다.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정부도 단기적으로 세금 인상을 통한 긴축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작년 12월 집권 이후 제안한 150억유로 규모의 긴축안도 세금 인상과 정부지출 축소가 거의 1:1 비율로 들어가 있다. 다만 로드리게즈 자파테로 전 총리와 달리 라호이 총리는 부가가치세(VAT)가 아니라 소득세를 인상하자고 제안했다. 물건을 살 때 세금이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인상은 소득세 인상보다 저소득층에 더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벨기에 루벤캐톨릭대의 폴 드 그로 교수는 “현재 (벨기에의) 긴축정책을 세금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지출을 줄이는데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긴축정책에는 세금 인상과 지출 축소 간에 균형있는 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긴축의 3분의 2는 ‘지출 축소’를 통해 하자”

한편 포르투갈과 영국, 아일랜드는 ‘긴축의 3분의 2는 지출 축소를 통해서 하라’는 원칙을 어느 정도 따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포르투갈의 2012년 긴축정책은 70%는 정부 지출 축소, 30%는 세금 인상을 내용으로 한다. 포르투갈 정부는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거나 동결하고 공무원 인력을 축소하고 휴일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아일랜드도 마찬가지다. 아일랜드는 3분의 2는 정부 지출을, 나머지는 세금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긴축안을 짰다. 이와 함께 수출 산업이 개선되면서 아일랜드 경제는 작년부터 성장세로 돌아섰고 올해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WSJ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