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로 2년 이상 일하다 해고된 최모(36)씨를 비정규직 보호법인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파견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국내 비정규직 고용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전국의 300인 이상 기업 1939곳 중 799곳(41.2%)에서 전체 근로자의 24.6%에 해당하는 32만5932명을 사내 하도급 근로자로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가운데 2년 이상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등 최씨와 같은 근로조건으로 일해온 사람들은 원청업체의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렸지만 2년이 안 된 근로자들에 대해선 원청업체의 대량 해고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영기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처럼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고용해 직접 지휘했던 원청업체들이 2년이 되기 전에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을 대량 해고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될 경우 비정규직 노동시장은 더욱 불안정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 하도급업체에 입사해 원청업체인 현대차에서 2년 이상 일하다 2005년 해고된 최씨가 "현대차의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씨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우선 현행 파견법상의 '파견 근로자'에 대한 정의를 구체화해 국내 고용시장에 파견 근로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①원청업체의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일을 하고 ②근로자를 파견한 업체가 원청업체의 영향력 아래 있으며 ③이 근로자에 대한 근로 지휘감독권을 원청업체가 행사할 경우 파견법상 파견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결국 최씨는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킨 것으로 드러나 '최씨는 2년 이상 고용하면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파견법 규정에 따른 파견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은 또 현대차 같은 제조업체의 경우 파견 근로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 파견법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는 이 같은 파견법상의 규정을 들어 재판 과정에서 "최씨를 고용한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최씨에게 파견법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법 파견 근로자인 최씨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의무가 없다는 현대차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개발연구원 최영기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불법 파견이더라도 파견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내 하도급 근로자 논란이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는 2010년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최씨의 손을 들어준 후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현대차는 2010년 12월 "2년 이상 일한 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 파견법이 헌법에 배치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현재 헌재가 심리 중에 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인철 기획홍보본부장은 "노동계가 이번 판결을 투쟁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생산시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일자리만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금속노조 김지희 대변인은 "사내 하도급이라는 형태 자체가 원래 비정상적"이라며 "현대차를 포함한 대기업은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을 모두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