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여사님과 클린턴 장관님, 중국에서 체포돼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 형제, 가족을 무사히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탈북 여성 박사 1호'인 이애란(48) 경인여대 교수가 23일 미셸 오바마 미 대통령 부인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앞으로 'SOS(구조 신호)'를 보냈다. 최근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자 30여명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밤을 새워 쓴 편지를 들고 이날 서울 세종로 주한 미국 대사관을 찾았다. 미 대사관 측은 "이애란 교수의 편지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010년 3월 오바마 여사와 클린턴 장관을 만났다. 당시 이 교수는 국무부가 매년 전 세계의 주목할 만한 여성 지도자 10명에게 수여하는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 수상자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워싱턴을 찾았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이 교수에 대해 "서울에서 탈북자들의 삶과 교육을 증진하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국무부가 준 상은 탈북자 인권 신장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는 격려이자 기대라고 생각한다"며 "편지를 쓰게 된 것도 상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997년 4개월 된 아들을 업고 압록강을 건넜다. 탈북하다 붙잡히면 죽을 각오로 쥐약을 가슴에 품었다. 그의 탈북 후 북에 남겨진 일가친척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쳤다고 한다.

그는 "굶주림을 피해 탈북한 사람들이 중국 땅에서 또다시 북송돼 정치범 수용소와 감옥에서 참혹하게 죽어가고 있다"며 "(중국의 탈북자 북송은) 강도가 쫓아와서 숨겨달라고 애걸하는 사람을 잡아 강도 손에 넘겨주는 비정함의 극치"라고 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은 집권 직후 '공화국에 총소리를 울리라'고 해 생계형 범죄자까지 모조리 총살했다"며 "김정은도 집권 초기인 만큼 이번에 붙잡힌 탈북자들을 시범 케이스로 잔혹하게 다룰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국 정부의 탈북자 북송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서울 효자동 중국 대사관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북한 신의주경공업대학 식료공학부를 졸업한 이 교수는 한국 정착 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경인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는 탈북 여성과 어린이들을 위한 기금 조성 사업을 벌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