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강산 방문 때의 기억이 늘 잊혀지지 않았어요. 잘 꾸며진 관광지와 그 바깥의 굶주린 사람들 모습이 너무 극명하게 달라서…."

한국을 방문 중인 미국성공회 의장 캐서린 쇼리 대주교(presiding bishop)는 20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일본 성공회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를 만드는 일(peace making)'에 보탬이 될 길을 찾으러 왔다"며 "공동체 속에 포함되지 못한 이들, 굶주리고 아픈 이들을 돌보는 것이 교회의 할 일"이라고 했다. 쇼리 대주교는 2007년부터 미국성공회의 280여명 주교단과 500만 신자를 이끌고 있다. 오징어와 문어를 전공한 해양생물학 박사 출신이기도 하다.

쇼리 대주교는 세계 성공회를 통틀어 첫 여성 의장 주교다. 그녀는 "1994년 여성사제로 서품받았고, 2001년 처음 주교가 됐다. 미국에서도 여성 사제로 사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처음 부임했던 성당에선 할머니 두 분이 찾아와 '우린 여성 사제가 하는 말은 믿지 못하겠다'고 하셨죠. 의장주교가 됐을 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시한 주교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느리고 고통스럽지만 모든 게 변화하는 과정"이라며 "교회는 변화해왔고 앞으로도 더 변할 것"이라고 했다.

쇼리 대주교에게 "여러 종교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녀는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고 강요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며 "특히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어떻게 하셨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수는 그저 '내게로 와서 먹으라' 하시며 함께 앉아 대화하셨을 뿐이죠. 모든 종교는 갈라진 틈에 다리를 놓고 화해시키고, 평화를 만드는 것이 기본 역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