콸콸 쏟아지는 폭포의 물빛은 옥색, 폭포 줄기가 타고 내려가는 바위산의 단면은 붉은색, 산등성이에 듬성듬성한 나무는 녹색…. 선명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 풍경화의 제목은 '절강의 다섯 물줄기(浙江五泄)'. 명(明)대 후기 시인들이 즐겨 찾던 중국 절강성의 폭포를 그린 것이다.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개인전을 갖는 쩡짜이동(59)은 대만 출신.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지만, 소재 자체는 황하(黃河), 양쯔강, 무이산(武夷山) 등 중국의 절경. 중국 고전문학과 문인화의 소재로 즐겨 다뤄졌던 곳이다. 눈으로 본 풍경이 아니라 마음속 이미지를 그리는 것도 중국 문인화의 전통을 잇는다.
"어릴 때부터 중국 본토의 전통문화를 동경해 왔다. 고전문학을 탐독하며 글에 나오는 풍경을 마음속으로 수십 번 그려보았다." 대만 사람이 중국 친지를 방문하는 것이 허용된 1980년대 후반, 그는 중국 곳곳을 여행하면서 책 속의 풍경을 만끽했다. 1998년엔 아예 상하이로 거주지를 옮겼고, 서구의 표현주의를 모방하던 화풍에서 벗어나 중국의 절경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아방가르드한 화풍이 주류를 이뤘던 그 당시 중국 화단에서 '전통의 현대화'를 부르짖는 쩡짜이동은 오히려 이단아로 여겨졌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꿨다. 요 몇년 새 중국 경제의 급성장, 중화주의의 확산 등에 힘입어 중국 화단에도 복고(復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 전통 회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방가르드 대표주자 쩡판즈(曾梵志)는 요즘 쩡짜이동의 작품을 컬렉션한단다. 10여년간의 '뚝심'을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한 이 작가의 작품 14점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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