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현준(21·흐로닝언)은 한때 지동원(21·선덜랜드), 손흥민(20·함부르크)과 함께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공격수 3인방으로 불렸다. 그는 2010년 19세의 나이로 네덜란드 명문 클럽 아약스 유니폼을 입으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드라마 같았던 입단 스토리가 유명했다.
2009년 9월 신갈고에 재학 중이던 석현준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유럽 진출을 타진했다. 190㎝·83㎏의 당당한 체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학창 시절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학생 때 갑자기 키가 크면서 성장통에 시달려 운동을 제대로 못 했던 탓이다. 잉글랜드 첼시 등 빅클럽들도 각 연령별 대표팀에서 주목받지 못한 그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유럽으로 날아가 열심히 '자기 세일즈'를 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다.
석현준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아약스 훈련장을 찾았다. 훈련을 마치고 들어가는 마틴 욜 감독을 붙잡고 "팬인데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을 걸었다. 1분의 시간을 얻어낸 석현준은 그제야 "한국에서 온 스트라이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어렵게 테스트받을 기회를 얻었다.
사흘 뒤 연습경기에 나오라는 전화가 갑자기 걸려왔다. 석현준은 정신없이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을 탔다. 도착 역부터 경기장까지 2㎞쯤은 폭우를 뚫고 뛰어 겨우 도착했다. 이 경기에서 구단 측에 좋은 인상을 심어준 그는 다음 연습경기에서 득점까지 했다. 결국 이듬해 1월 아약스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석현준은 2010년 9월 한국 국가대표까지 뽑혔다.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듯했던 그는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란과의 A매치에서 활약하지 못하면서 태극 문양을 더는 달지 못했다. 아약스에서도 2군을 전전해 한국 올림픽 대표팀에도 외면당했다.
석현준은 2010~2011시즌이 끝난 뒤 소속팀 아약스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때 아약스 2군 시절 석현준을 가르쳤던 피터 후이스트라 흐로닝언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흐로닝언 유니폼을 입은 석현준은 10월에 교체선수로 출전한 세 경기에서 연속 골을 몰아치며 '수퍼 조커'로 자리 잡았다.
작년 11월 무릎을 다쳐 전력에서 빠졌던 석현준은 세 달여 만인 19일 PSV 에인트호번과의 네덜란드 리그 홈경기에서 처음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 29분 동료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돌파한 석현준은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선제골을 뽑아냈다. 후반 29분엔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틈을 노려 재치 있게 장거리 슈팅을 쏘아 팀의 세 번째 골이자 자신의 리그 5호 골을 꽂았다. 이번 시즌 8경기(7경기가 교체 출전)에서 5골을 뽑아낸 석현준은 출전시간으로 따지면 50분당 한 골을 넣는 높은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 리그 선두 에인트호번을 3대0으로 완파한 흐로닝언은 리그 8위(9승5무8패)로 올라섰다.
석현준은 경기 후 유창한 네덜란드어로 현지 인터뷰를 소화했다. 그는 "라커룸에 가니 동료들이 '쑥(석의 네덜란드어 발음), 쑥'을 외치면서 즐거워했다"며 "특히 '언젠가는 네가 AC밀란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감독님의 문자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석현준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제 날개를 펼 준비가 됐다. 다신 땅에 떨어질 일은 없을 거다'란 글을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