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자녀를 중학교에 입학시키는 학부모들은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툭하면 불거지는 학교 폭력 사건, 순진한 우리 아이까지 얽히면 어쩌지?' 안절부절못하는 이가 적지않다. 이에 맛있는공부가 분야별 전문가에게 대신 물었다. "이맘때쯤 예비 중학생 학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입니까?"
◇사례① "학교 폭력 피해자 될까 걱정이에요"
이제 곧 중학생이 되는 아들을 둔 박옥선(36·경기 안산 상록구)씨는 신문을 읽을 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회면을 도배하다시피하는 학교 폭력 사건의 대부분이 중학교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 박씨의 아들은 다니던 초등학교와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중학교로 배정됐다.
"아이와 친한 친구들은 전부 다른 중학교로 간대요. '낯선 또래 사이에서 따돌림당하진 않을까?' 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새로 입학하는 학교 분위기가 어떨지도 불안해요. 초등학교 때 소위 '일진'이었던 아이들은 중학교 가서도 그 버릇 못 고친다던데…. 행여나 그런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면 어쩌나 고민입니다."
◇사례② "학교 활동, 어디까지 참여해야 할까요?"
최은희(43·서울 동작구·사진)씨의 딸은 올해 남녀공학 중학교에 진학한다. 여학생에 비해 비교적 폭력적 성향이 강한 남학생들과 딸아이가 어울려 지내야 한다는 게 영 껄끄러운 게 사실. 최씨는 "학교 분위기를 바꾸려면 학부모회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는 초등 교사에 비해 학생 생활 지도에 덜 관여하는 게 현실이지만 자칫 그 점을 지적했다가 교사와 관계가 틀어질까 봐 눈치가 보인다.
"저 혼자 나선다고 학부모회 분위기가 바뀔 것 같진 않고…. 어떤 게 최선인지 모르겠어요."
◇전문가 조언① "또래 심리 헤아려주세요"
김은정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고교에서 나타나는 따돌림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 시기의 심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상태'에서 (보호받는) 권리는 줄고 (자기 행동에 책임지는) 의무는 늘며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 결과는 대개 극심한 스트레스로 나타나는데, 중학생의 대처 능력은 고교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가정 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아이들은 그 스트레스를 친구 관계에서 풀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돌림 현상에 초점을 맞출 때 중학생 또래집단은 크게 가해자·단순가담자·피해자로 나뉜다.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은 단순가담자의 위치에 놓인다. 강석영 한국청소년상담원 선임연구원은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잘 모르는 중학생은 친해지고 싶은 또래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으로 소속감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부모의 일관성 없는 훈육 태도도 자녀를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 특히 위험한 부모의 발언은 "네 맘대로 해." 대부분의 자녀는 부모의 이 말에 진짜 '내 맘대로' 했다가 크게 혼쭐이 난다. 이 같은 경험을 몇 차례 반복한 아이들은 아예 입을 닫고 자신의 의사 표현을 거부하는 방식을 택한다. 부모가 뭘 물어도 "몰라" "됐어"라고 대꾸하는 아이들이 대표적이다.
부모와의 소통에서 실패를 경험한 아이들은 또래가 가하는 폭력에 대해서도 '저항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해 적극적 의사 표현을 포기한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에겐 학부모나 교사가 나서서 피해 상황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그렇게 하면 가해 학생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게 좋다. 강석영 연구원은 "좀 더 자세한 학부모 지침이 궁금하다면 한국청소년상담원 홈페이지(www.kyci.or.kr)에 접속, '전자도서관' 카테고리 내 '본원 간행물 검색'에서 관련 파일을 내려받으라"고 조언했다.
◇전문가 조언② "학부모 관심 늘어나면 학교·교사도 달라져요"
권인옥 인천 북인천중학교 교사는 "중학교는 초등학교보다 학급당 인원이 많아 생활 지도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학부모나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는데 일부러 이를 피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와 상담을 원한다면 적절한 시간대를 공략하는 것도 요령이다. 권 교사에 따르면 하루 중 교사들이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대는 오후 4시 30분부터 5시 사이.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과목을 담당하지 않는 교사라면 방과 후 수업이 없으므로 오후 3시 이후면 짬이 난다. 온종일 바쁜 교사라면 퇴근 후 연락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에 학부모의 연락처와 상담 요청 사연을 남겨두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2년 연속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 학부모회장을 맡았던 박진선(44·인천 계양구)씨는 "학부모가 변하니 학교도 변하더라"며 "학교 폭력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학부모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학부모가 학교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면 교사들도 '보는 눈'을 의식해 학생들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2년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주는 지원금을 받으면서부터 학부모회가 생겼다"며 "학부모회 활동에 관심이 있다면 정부 지원금 등 학부모회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단,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학부모회는 어디까지나 교사들을 돕는 역할에 머물러야 합니다. 내 아이만을 위한 건의, 교사에 대한 무조건적 질책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