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산을 앞둔 허모(30)씨는 신생아 침대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갔다가 너무 비싸 발길을 돌렸다. 원목 침대에 매트리스, 아기 보호용 범퍼까지 합해 간단히 10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허씨는 "대형마트에서도 가격이 70만원이 넘어 인터넷 대여 사이트에서 빌려 쓰거나 그냥 이불만 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면서도 "처음부터 아이에게 잘 못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최근 출산과 육아비용이 치솟는 것은 여성 1명당 1.22명에 불과한 저(低)출산으로 자녀 수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VIB(Very Important Baby·매우 소중한 아이)'신드롬과 관련이 깊다. 부유층은 물론 서민층까지 '하나 있는 아이만큼은 소중하게 키우겠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고 업체들은 이를 활용해 고급 제품과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으며 유아용품의 가격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출산율 저하로 유아용품의 전체 매출은 줄어들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더 잘 팔리는 '고급품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지난해 분유 매출은 2010년에 비해 2.7% 줄었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7.5% 정도 매출이 늘었다. 분유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을 올리는 전략을 써 남양유업은 지난해 8.4%, 매일유업은 2010년 12.3%, 일동후디스는 이달 5.8%, 각각 분유값을 올렸다.
올 들어 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는 백화점에서도 '프리미엄 유아용품'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전체 유아·아동복 판매량에서 버버리·구찌·랄프로렌 등 프리미엄 브랜드 비중은 2007년 23.5%에서 지난해 37.6%까지 늘었다. 주모 윤모(32)씨는 "백화점에 가보면 유명 브랜드 제품이 아닌 게 없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로 인해 아이의 부모 외에 조부모, 외조부모, 결혼 안 한 골드미스 이모와 고모까지 '에잇 포켓(Eight Pocket)'이 한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출산용품을 구입한 한모(34)씨는 "너무 비싸 주변에서 좀 얻어 쓰고 싶지만 '첫 아이인데 쓰던 걸 줘도 괜찮겠냐'며 주변에서 물려주는 것조차 꺼리더라"며 "저렴한 출산용품을 구입하면서도 아이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유모차 수입액은 출산율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2010년 185만달러(약 21억여원)에서 2010년 3912만달러(약 440억여원)로 20배 이상 급증했다.
90만~160만원 정도 하는 제대혈 채취·보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제대혈이란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난치성 질환에 걸리면 이를 활용해 치료할 수 있다. 2009년 39만2800건이던 보관 제대혈은 2010년 44만3000건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까지 아이 낳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김모(35)씨는 "결혼할 때 집과 세간을 마련하느라 빚을 져 생활이 빠듯하다"며 "둘째를 낳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미취학 아동을 둔 직장인 190명을 대상으로 육아비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맞벌이 직장인의 한 달 평균 소득(463만원) 가운데 육아비로 지출되는 비용은 31.4%(145만원)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8.4%는 "육아비용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현재 소비자들은 안 해도 되는 것을 너무 많이 하고 있고, 이 때문에 출산시장이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지나치게 가격이 높은 품목을 조사해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