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하나둘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인기구단인 LG 트윈스의 주전급 투수 2명이 프로스포츠 불법 승부조작을 조사하고 있는 검찰에 의해 혐의대상자에 오르내리고 있다. 프로배구 승부조작을 캐는 과정에서 핵심 브로커로부터 들은 진술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승부조작'은 아니고 '기록조작'이다. 첫 볼넷 허용 등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스페셜 코너로 운영하는 베팅에 거액을 받고 관여했다는 것이다.

첫 볼넷, 첫 삼진과 같은 세부내용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어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어쨌든 마지막 남은 보루로 여겨지던 프로야구선수들마저 검은 돈의 유혹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는 의혹에 팬들은 아연실색한다.

연이어 보다 구체적인 진술도 흘러나온다. 익명의 전직 야구선수에 따르면 유명선수는 1,000만원, 중견급은 500만원 상당을 받는 조건으로 고의 알까기(수비실책) 등의 조작을 이미 오래 전부터 자행해왔다는 것이다.

경기 중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러 승부에 영향을 미치고 여기에는 코치들도 가담해있으며 야구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대번에 알아차릴 법한 장면이 무수히 많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지난 프로축구처럼 조직폭력배 가담설까지 흘러나오는 등 승부에 관한 한 신성해야 할 한국 프로스포츠계에 뿌리박힌 검은 돈의 실체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모양새다.

야구는 축구, 농구, 배구와는 또 다르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LG 주전급 투수 2명 연루설은 조사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겠지만 연 800만 관중을 목표로 한다는 '내셔널 패스트타임(국민의 여흥)' 종목에서 이런 파문이 일어난다는 건 국민정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뿐만 아니라 야구선수는 평균 연봉 1억 시대를 코앞에 둔 뭇 사람들이 모두 동경하는 대상이다.

최고연봉자 15억원에 국내에서 가장 좋은 대우를 받고 뛰는 선수들이 호강에 겨운 나머지 돈의 유혹에 양심을 팔아넘긴다는 건 다른 스포츠에 비해 가중처벌이 내려져야 할 만행이다.

우선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겠지만 승부조작이든 경미한 기록조작이든 쉽게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진실된 승부로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고 팬들에게 감동을 줘야 할 프로선수들이 부적절한 돈에 눈이 멀어 무엇인가를 조작하려 들었다는 자체가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