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81)씨가 동생인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대 주식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14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맹희씨는 "아버지가 생전에 제3자 명의(차명)로 신탁한 주식 등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한 만큼 내 상속분에 걸맞은 주식을 넘겨달라"며 삼성생명 주식 824만주와 삼성전자 주식 20주 및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맹희씨는 또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도 삼성생명 주식 100주와 1억원을 달라고 했다. 이맹희씨는 향후 소송 진행 경과를 보면서 추가 소송을 통해 재산 분할을 더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맹희씨는 소장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은 아버지 생전에 제3자 명의(차명)로 신탁한 재산이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상속인들에게 법정(法定) 상속분대로 상속됐어야 했다"며 "이건희 회장은 2008년 12월 삼성생명 주식 3244만주를 단독 명의로 변경한 만큼 그 가운데 내 몫인 824만주와 배당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맹희씨는 또 "1998년 12월 차명 주주로부터 삼성에버랜드가 매입하는 형식으로 명의를 변경한 삼성생명 주식 3447만주도 법정 상속분에 따라 반환돼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이 부분 주식 명의 변경 경위가 불분명해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는 그중 일부인 100주만 청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대기업의 상속분을 놓고 벌이는 이번 소송의 최대 쟁점은 이맹희씨가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회복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 여부다.

이맹희씨는 '차명 주식의 존재를 몰랐고 내 상속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침해받은 상속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상속회복청구권이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사망한 것은 1987년이다. 삼성 측은 "이 전 회장이 사망한 지 25년이 됐기 때문에 이맹희씨가 이미 법원에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한(10년)을 넘겼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맹희씨 측은 "이 회장 측에서 작년 6월 받은 '상속 재산 분할 관련 소명' 문서에 차명 재산이 언급돼 있는 것을 보고서야 상속권을 침해당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상속회복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입장이다. 이맹희씨 측은 또 이병철 전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던 주식을 이 회장이 자기 명의로 전환한 시점이 2008년 12월이기 때문에 이때 사실상 상속권을 침해당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전 회장이 사망할 당시 민법 규정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 침해를 당한 것을 안 지 3년이 지나거나, 상속이 개시(상속인 사망)된 지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이병철 전 회장이 25년 전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동안 상속권을 주장하지 않았던 이맹희씨의 상속회복청구권은 이미 소멸됐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