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4일 내내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친누님 같은 선생님을 뵙고 나서 마음이 녹았습니다. 이 편지가 그분께 전해진다면 성함이라도 알고 싶은데…."

작년 7월 김선심(52)씨는 자신 앞으로 배달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보내는 이와 받는 이 이름도 없이 서울지방경찰청 사목위원회 앞으로 배달된 편지는 여러 곳을 거쳐 한 달 만에 김씨에 전달됐다. 김씨는 2001년부터 11년째 서울 영등포와 구로경찰서 유치장에서 유치장 사목(司牧) 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 알고 보니 이 편지는 작년 5월 서울 영등포경찰서 유치장에서 김씨에게 "인생이 후회된다. 죽고 싶다"며 대성통곡했던 한 중년 남성이 보낸 것이었다.

유치장 사목회 회원으로 10여년째 일해오고 있는 ‘유치장 천사들’ 김선심(왼쪽)씨와 한승희(가운데)씨, 이계상씨가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00년 9월 발족된 유치장 사목회 회원들은 서울시 31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유치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전체 40명 회원들 중 10년 이상 봉사를 지속해 온 사람은 김씨와 한승희(72)씨, 이계상(64)씨 등 3명뿐이다.

유치장 사목회에서 한승희씨는 최고령자다. 올해로 10년째 강서·광진·중랑경찰서 유치장을 오가는 한씨는 2008년 광진서 유치장에 도서 300권을 기증하기도 했다. 광진서 유치장 관계자는 "수감자들이 한씨와 대화하며 정서적 위안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치장 사목회는 순수 봉사활동단체여서 차비나 식비, 유치인에게 주는 간식비 등을 자비로 해결한다. 한 달에 50여만원 정도 들지만 이를 아까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들 봉사활동을 위해 상담사 1급 자격증을 땄고, 유치인들의 굳은 몸을 풀어주기 위해 스트레칭도 배웠다.

이계상씨는 오래 몸담았던 공직에서 은퇴한 뒤 12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십수 년을 돌이켜보면 좀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려는 욕심에 괴로운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은퇴 후 사목 봉사를 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고 한다.

"아마도 저희 생활의 활력소는 매주 유치장에 오는 것일 겁니다. 이분들이 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간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