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유럽 국가 6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주요 재정불량국인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도 포함됐다. 등급이 최상위(Aaa)였던 영국과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됐다.
◆ 아직 그리스 안 끝났는데
그리스의 구제금융 지원 여부가 도마 위에 올라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무더기 강등되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14일 오전 아시아 증시는 그리스의 재정긴축안 시행에 대한 의구심에다 무디스의 등급 강등 소식으로 하락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은 전날보다 0.2% 하락해 1.31달러대로 떨어졌다.
이날 무디스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6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탈리아는 A2에서 A3로, 포르투갈은 Ba2에서 Ba3로 한계단씩 강등됐고, 스페인은 A1에서 A3로 두계단 강등됐다. 슬로바이카와 슬로베니아도 A1에서 A2로, 몰타는 A2에서 A3로 한단계씩 하향 조정됐다. 무디스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재정적자 감축과 경제 개혁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앞으로 유로존이 재정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재원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가시밭길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15일 그리스 생사가 달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라 유로존의 어깨는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리스의 긴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구제금융 희망의 빛이 보였지만 독일, 네덜란드 등이 그리스에 손을 들어줄지 미지수다. 무디스는 "유럽의 거시경제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신뢰는 약해지고 자금조달에 있어 추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英, 프랑스도 위험지대
최상위 등급을 유지했던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도 전망 등급이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난관을 만났다. 향후 수개월 안에 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건전하다고 꼽힌 국가들마저 위험선상에 오르면서 불안은 한층 커졌다. 같은 날 EU가 발표한 '불균형 경제 국가'에는 영국과 프랑스도 포함돼 있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경제 불균형으로 EU 집행위원회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2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키프로스처럼 상황이 심각한 4개국과 영국·프랑스·핀란드·슬로바키아·덴마크·스웨덴·불가리아·헝가리 8개국이 명단에 올랐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크게 줄면서 옐로카드를 받았다. 유럽 내에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특히 영국은 집값 하락에도 민간부문 부채가 여전히 높았다는 점, 프랑스는 기업부문의 수익이 감소한 점이 각각 우려 요인으로 꼽혔다. EU 집행위 관계자는 "지속적이고 규모가 큰 경제 불균형은 수십년간 축적돼 지금의 위기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