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경(사진 왼쪽), 임종석.

임종석 민주통합당 사무총장은 12일 "4·11 총선에 임수경씨를 영입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수경(여·44)씨는 1989년 6월 밀입북,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약칭 전대협) 대표로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했고, 당시 임씨를 북으로 보낸 사람이 바로 임종석 총장(당시 전대협 의장)이었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제1 야당의 사무총장과 총선 영입 대상자의 관계로 다시 만난 것이다.

임 총장은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임씨는 남북화해협력, 여성 존중이라는 당의 가치와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영입이 성사될 경우 지역구보다 비례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임수경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영입에 관한 얘기는 들은 바 없다"면서도 "정치는 누구에게나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고 했다. 임씨는 앞서 지난달 TV방송에 출연해 "이제는 사회를 위해서 나서야 할 때라는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계 진출에 뜻이 있음을 비쳤었다.

민주당 임종석 사무총장과 임수경씨의 인연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대협 의장이던 임 총장은 1989년 당시 '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할 대표로 남측의 '평균적 대학생'을 물색했고, 전대협 산하 평양축전준비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던 임씨(당시 한국외대 4학년)를 찾아냈다. 임씨는 학생운동과 관련해 구속된 전력이 없는 데다 여권을 갖고 있어 언제라도 출국에 문제가 없었다. 임씨는 1989년 6월 21일 '졸업여행을 간다'고 집에 말하고 나와 도쿄, 베를린, 베이징 등을 거쳐 같은 달 30일 평양에 들어갔다. 북한 체류 중 임씨가 가는 곳엔 수십만의 인파가 몰렸고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선 그가 입은 청바지와 티셔츠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임씨는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뒤 체포됐고, 3년 5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임씨의 배후였던 임 총장은 여장(女裝)을 하는 등 '임길동' 소리를 들으며 당국의 포위망을 피해 다니다 같은 해 12월 체포돼 3년 6개월간 수감생활을 했다. 두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감옥에 있었던 셈이다.

지난 1989년 12월 임종석 당시 전대협의장이 임수경씨를 북에 보낸 혐의로 경희대에서 검거돼 구속 수감되는 모습(사진 왼쪽), 지난 1989년 8월 20일 밀입북 후 돌아와 경찰에 구속돼 연행되고 있는 임수경씨의 모습.

두 사람은 이후 각각 시민단체 활동을 하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인 1999년 2월 함께 사면·복권됐다. 임 총장은 2000년 정계에 입문해 국회의원이 됐고, 임씨는 결혼 후 미국에 건너가 살았다. 두 사람 간의 관계가 다시 세간에 오르내린 것은 2000년 5월 광주에서 있었던 이른바 '386 술파티 사건' 때문이다. 당시 미국에서 일시 귀국한 임씨는 5·18 기념행사 전날 운동권 출신의 당시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과 총선 당선자들이 여성 종업원이 있는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신 것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임 총장은 그 자리에 없었지만 임수경의 재등장만으로 임 총장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임씨는 방송위원회 남북교류추진위원회 위원, 월간지 기자 등으로 살아왔다. 2004년, 2008년 총선 때도 야권의 영입 대상이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임 총장이 영입에 성공할 경우 ‘정치인 임수경’으로 다시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