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학교 폭력문제에 대해 "그동안 우리 교육 내부에 쌓인 문제가 곪아 터져나온 것"이라며 "무한경쟁과 줄세우기식 수월성 위주의 잘못된 교육 정책을 바꾸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후보 매수사건에 대해서는 "곽 교육감이 진술한 대로 긴급 구조 차원에서 선의로 돈을 줬다는 말을 믿고 있으며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9일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 3군사령부와 안보교육 협약을 맺었다. 교육감께서도 협약 당일 "천안함, 연평도 포격, 북한의 핵 보유 등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안보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하셨는데 지금껏 교육감을 진보, 좌파로 생각해온 보수층은 이례적이라고 생각한다.
"천안함 사건은 정부 발표를 존중한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보면서 지난해 경기교육의 4원칙 중 하나로 '더불어 사는 평화'를 제시했다. 평화는 남북 간 평화도 있고 미시적으로는 학교 내 평화도 있다. 학생들이 평화의 뜻과 가치를 체득해야 한다. 3군사령관과 얘기를 나누면서 학생들에게 현실을 알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극적인 안보는 전쟁을 막는 것이지만 적극적인 안보는 갈등을 예방해 평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오늘의 안보는 적극적인 안보를 요구한다. 그를 위해 정치군사적 안보뿐 아니라 경제 안보, 에너지 안보, 식량 안보, 환경 안보 등의 개념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안보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병영, DMZ 현장을 보면서 종합적이고 다양한 평화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 폭력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경찰이 일진소탕전을 선언했고 학교폭력, 왕따문제에 소홀했던 교사들에 대한 형사 처벌도 거론되고 있다.
"교육자로서 안타깝고 죄송할 뿐이다. 교사들에게도 당연히 책임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학교 폭력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소하는 게 교육적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나는 그동안 교육 내적으로 쌓여온 문제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저에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 학교문화, 무엇보다 잘못된 교육정책이 핵심적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무한경쟁 강요, 줄세우기식 수월성 교육이었다.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교육의 양극화가 심각해졌고, 급기야 교육의 양극화가 소득의 양극화를 재규정하는 상황이다. 사다리가 끊겨 계층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학교폭력도 양극화 때문에 늘어나고 조직화하는 것 같다. 이제는 과거의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
―경쟁교육은 한국의 현대사를 지탱해온 버팀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잘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은 옆의 친구를 이겨야 하는 정글의 법칙이 작용하는 경쟁이다. 줄세우기식 수월성이 아니라 학생들의 소질과 소양에 맞는 다양한 수월성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 수월성의 좋은 의의를 살리면서 무한경쟁적이고 배타적 수월성을 배제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 현장에서는 승자 독식의 교육 가치가 지배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선포했다. 권리가 강조되다 보니 학생들이 가져야 할 학생으로서의 의무는 무시되고 결과적으로 균형감을 잃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학생들은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제약과 통제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징계나 처벌과 관련한 조항은 다양했지만 권리는 유보돼왔다. 요즘 학생들은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다양한 사고를 한다. 학생지도 방식도 강압과 체벌이 아니라 설득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에 꼭 필요한 게 학생인권조례라고 생각한다."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교사들은 무기력해지고 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실추되고 교실이 붕괴되고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90년대 중반부터 교실 붕괴, 교권 추락 얘기가 나왔다. 그게 점점 악화된 측면이 있다. 정부도 노력은 했지만 교육 현장은 오히려 악화돼왔다. 이걸 학생인권조례와 결부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경기도는 무상급식의 발원지다. 급기야 새누리당도 고교 의무교육을 당론으로 들고 나왔다.
"교육복지는 국가의 성장 잠재력과 구체적인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수단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인적자원이 유일한 성장 동력이고 인적자원 육성의 최대 수혜자는 국가와 사회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국가가 상당 부분 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재원조달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지출구조 조정, 증세 등 여러가지 방안을 고려해야겠지만 이런 것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고교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경기교육청도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구속에 강하게 항의하고, 석방됐을 때는 직접 가서 포옹하며 석방을 환영했다. 선거법은 후보 매수 행위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다루고 있다. 교육자로서 오히려 사퇴를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상대를 돈으로 매수하려고 했거나 혹은 그런 의도를 가졌다면 문제가 되지만 곽 교육감은 그럴 의도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나도 곽 교육감이 왜 돈을 줬을까 하는 생각은 한다. 본인의 진술과 재판부 판단 간에 아직도 다툼의 소지가 있는 만큼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해 아직은 지켜보는 게 내가 취해야 할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