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결혼식을 주변에 비밀로 하거나 비용이 저렴한 교회 등에서 치르는 공무원의 소속 부처는 앞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반(反)부패 평가 때 적지 않은 가산점을 받게 될 전망이다. 권익위는 평가 대상인 중앙 부처와 공기업 등 200여개 공공기관에 최근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권익위는 매년 12월 20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반부패 경쟁력 평가를 진행해 1위부터 꼴찌까지 그 순위를 공개하는데, 올해부터는 평가 항목에 경조(慶弔)사 항목을 신설키로 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0일 "1000점 만점의 평가에서 경조사 관련 점수 비중을 크게 책정할 계획"이라며 "평가 순위가 공개되는 만큼 중앙부처 등 공공기관은 경조사 부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무원 자녀가 결혼을 하면 산하기관이나 관련업체들이 축의금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가족·친지만 참석하는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도록 유도한다면 이 같은 관행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특히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가 호텔에서 호화 결혼식을 올리면 축의금 금액이 높아지고, 부패 발생 가능성과 주변 사람들의 부담도 커진다"며 "공무원이 교회나 시·구립 회관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가산점을 많이 줄 것"이라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권익위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방침을 보고받고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의 변화도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무원의 경조문화 개선책은 권익위가 맡고, 민간 부문은 여성가족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권익위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관가(官街)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교과부의 한 사무관은 "평범한 결혼을 하는데도 평가 순위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중앙 부처의 한 실장(1급)은 "아무리 공무원이라도 결혼까지 규제하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