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MLB)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더블A팀인 몽고메리 비스키츠 소속인 유격수 이학주(22)는 요즘 '빅리그'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가 선정한 유격수 부문 유망주 5위에 올랐고, 10일에는 스포츠 케이블채널 ESPN이 선정한 유망주 12위에 올랐다. ESPN은 "이학주가 2013년에 메이저리그에 올라가 몇년 후에는 올스타 후보로 성장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크게 봤다.

9일 경기도 안양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만난 이학주는 "그동안의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이제 유망주의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빅 리그'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호타준족'의 빅리거가 꿈

이학주는 2월 말 플로리다에서 시작하는 탬파베이 레이스의 스프링 캠프에 초청됐다.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에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 이외에도 마이너리그 우수 선수들이 초청받는다. 한국인 마이너리거 중 이 초청장을 받은 선수는 이학주를 포함해 3명이다.

이달 말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이학주가 9일 경기도 안양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조끼에 달린 고무줄을 트레이너가 당기는 상황에서 앞으로 달려나가는 훈련을 하고 있다.

"1월 말 앤드루 프리드먼 단장님이 직접 전화를 해서 '축하한다. 스프링 캠프에 와서 열심히 해보자'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어요. 요즘 잠자리에 들면 빅 리그에서 내가 뛰는 모습을 떠올려요."

ESPN의 칼럼니스트 키스 로는 이학주를 타격의 정확성과 힘, 주루와 송구, 수비 등 5가지 요소에서 힘만 부족한 '4툴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인터넷 동영상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진 그의 폭넓은 수비는 '메이저리그급'이란 찬사를 받는다.

레이스는 이학주의 메이저리그 두 번째 팀이다. 그는 충암고 3학년이던 2008년 3월 계약금 115만달러(약 13억원)를 받고 시카고 컵스 입단을 결정했다. 2007년 전국대회에서 이학주의 고교 1년 선배인 홍상삼(현 두산 투수)을 보러온 스카우터들이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만들어내는 그의 능력을 높게 샀다.

이학주는 컵스의 미래로 꼽혔다가 작년 초 레이스로 전격 이적했다.

이학주는 지난 시즌 싱글A 샬럿 스톤크랩스에서 97경기를 뛰면서 타율 0.318, 4홈런 23타점 28도루를 기록하며 마이너리그 올스타로 뽑혔다. 올스타전 이후 더블A 몽고메리 비스키츠로 승격한 다음엔 24경기에서 타율 0.190, 1홈런 7타점 5도루로 다소 부진했다.

20일 미국으로 건너가는 이학주는 한국에 머무르면서 1시간30분 정도의 근력운동을 포함해 하루 6시간 이상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장타력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제 롤모델은 같은 에이전트(스캇 보라스)를 두고 있는 (추)신수형입니다. 신수형은 수비뿐 아니라 타자로서 정확성과 힘을 함께 갖춘 5툴 플레이어잖아요?"

"적극성이 내 힘의 원천"

2009년 시카고 컵스로 간 이학주의 미국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언어와 문화 장벽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이학주는 "야구가 잘 안 될 때는 혼자 숙소에 틀어박혀 고민하다가 울기도 했다"고 했다.

소극적이던 이학주는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퇴출 통보를 받고 짐을 싸 숙소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바꿨다.

"그 친구는 착했지만 너무 소심했어요. 떠나면서 제게 '너는 나처럼 되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무조건 부딪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학주는 궁금한 게 있으면 몸짓 발짓까지 하며 동료와 코치에 질문 공세를 폈고, 친하게 지내려 춤과 노래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제가 춤을 추니까 동료들이 '한국 춤이냐'며 깔깔대더라고요. 한번 마음이 열리니까 동료나 코치들이 먼저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했어요."

이학주는 고교 졸업 후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것에 대해 "실패 위험을 감수하고 어려움을 이겨낼 의지가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후배들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해 상담해온다면 '절대 오지 마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결심이 서지 않은 거죠.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떠밀려서 미국 무대로 간다면 성공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이학주는 한국 야구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는 안치홍(KIA), 김상수(삼성), 오지환(LG)과 동기다. 이학주는 "그 친구들이 한국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미국에서 나도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며 "올 시즌 부상 없이 끝까지 뛰어서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기회를 잡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