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볼커룰'(Volcker rule)이 발효하면 소위 꼬리 리스크에 투자하는 거래가 차단돼 비용이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꼬리 리스크는 자주 일어나지 않지만 발생했을 경우 막대한 파급효과를 내는 사건을 말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꼬리 리스크가 실제로 현실화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를 겨냥해 개발된 상품을 사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지만 볼커룰이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꼬리 리스크 관련 상품 투자 현상은 작년에 붐을 이뤘다. 10년물 분산스와프 상품(시장 변동성의 분산 정도에 따라 이익을 내는 파생상품)이 대표적으로, 장기물이거나 복잡한 구조를 띤 파생 금융상품이 대부분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악재가 발생하는 주기가 짧아지면서 관련 상품들도 인기를 누렸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비롯해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 유럽 재정위기까지 위험이 일상이 되다시피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한 학습효과로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치솟았다. 작년 정점을 찍은 뒤 조금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위기가 너무 자주 찾아오면서 이런 상품들이 의미 없어졌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BNP파리바의 상품개발 책임자인 제프 로우는 "100년에 한번 일어나는 일들이 2~3년에 한번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꼬리 리스크 상품을 들고 있는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꼬리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볼커룰이 발효할 경우 투자자들은 오히려 위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커룰은 고객의 돈으로 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제시한 월가 개혁 법안(도드-프랭크)의 핵심 조항으로, 과거 과도하게 자금을 운용했다가 파산한 은행들이 국민 세금으로 살아나는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파생상품 거래 규제로 금융 비용이 높아지면 납세자들만 부담을 져야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꼬리 리스크 거래를 중단하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고, 결국은 또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매사추세츠 공대의 앤드루 로 금융학 교수는 "시장에 인센티브를 없앤다면 그 시장이 잘 굴러갈 거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볼커룰은 도드-프랭크 법안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위험을 분산할 수 없게 되면 더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일반 납세자들에게 비용을 전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커룰은 미국 금융기관 뿐 아니라 미국에서 영업하는 다른 국가의 금융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미 일본, 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볼커룰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고, 유럽연합(EU)도 미국 금융기관들이 유럽의 채권 투자를 중단할 것이라는 우려를 들며 반대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