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돈 봉투 살포 의혹'을 제기한 고승덕 의원은 "돈 봉투를 돌려준 뒤 김효재 수석(당시 상황실장)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김 수석은 그간 "고 의원과는 18대 국회 들어 말 한마디 해 본 적이 없다"며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왔다. 거기에 고 의원이 돌려준 돈 봉투를 받은 인물로 지목된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고명진(40)씨가 "돈 봉투를 돌려받은 것은 맞지만 돈은 내가 써버렸다"고 진술하면서 돈 봉투를 둘러싼 의혹은 진실 게임 양상으로 빠져든 듯했다.
하지만 고씨가 진술을 뒤집으면서 상황도 바뀌었다. 고씨는 최근 검찰에 세 차례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고승덕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려받은 뒤 이 사실을 김효재 당시 경선캠프 상황실장에게 보고했는데 김효재 실장이 '그걸 돌려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화를 냈다"고 진술했다. 또 "돈 봉투는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이런 내용을 검찰에서 진술하면서 '박희태 의장과 김 수석이 검찰에서 사실대로 얘기하지 말라고 종용하고 있다'면서 "외부에 모든 걸 다 까발리고 싶다"는 식의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원들을 시켜 원외 위원장들에게 2000만원을 돌리려고 한 혐의로 구속된 안병용 은평갑 위원장 조사에서도 비슷한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의원 김모(59)씨는 검찰에서 "안 위원장이 돈 봉투 문제가 불거지자 나를 집으로 불러서 '내가 돈을 준 것은 아니지 않으냐. 그곳(돈 봉투를 받은 곳)은 김효재 상황실장 사무실이 아니었느냐'고 얘기했다"고 진술했다.
안 위원장은 김 수석에 대해 "보호받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김씨는 진술했다. 일각에선 김 수석의 보좌진 가운데 한 사람이 고 의원실이 아닌 다른 의원실에 자신의 명함과 함께 돈 봉투를 놓고 갔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김 수석 소환조사가 시간문제라는 입장이다. 고명진씨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만큼 김 수석을 불러 실제 돈 봉투를 돌리라고 한 것이 맞는지, 돌렸다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돌렸는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김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이 터키 등 4개국을 방문하고 귀국하는 주말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자금을 마련해오면 이를 김 수석이 집행하는 방식의 실무 책임을 분담했다는 쪽으로 수사 구도가 잡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9일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면서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한 박희태 의장도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고씨가 '박 의장이 거짓말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는 데다 경선에 후보로 나선 박 의장이 직접 경선자금을 조달했음을 시사하는 근거들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에서 박 의장에게 준 1억여원 가운데 4000만~5000만원이 경선 직전 현금화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박 의장의 사법 처리 여부와 관련해선 "현재로선 반반"이라고 말했다. 고씨가 박 의장이 개입했다는 식의 진술을 했지만 조정만 수석이나 김효재 수석 등에 대한 조사를 끝내봐야 입증이 가능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