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 풋볼리그(NFL) 챔피언전인 수퍼볼은 경기뿐 아니라 광고전쟁도 치열하다.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시선이 모두 쏠릴 만큼 주목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단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0초 기준 광고가 350만달러(약 39억원)에 달한다. 약 4억명이 지켜본 2011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광고(30초 기준)가 30만파운드(약 5억 3000만원), 7억명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전 광고(30초 기준)가 25만달러(약 2억 8000만원)에 팔린 것과 차이가 크게 난다. 이번 수퍼볼에는 30개가 넘는 기업들이 총 55개의 광고를 내보내면서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다. 이번 전쟁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삼성전자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자동차 사상 첫 '톱 10' 진입
현대자동차는 1쿼터에 북미시장을 겨냥해 30초짜리 벨로스터 터보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는 USA투데이가 286명의 소비자 패널들의 반응을 분석해 점수화한 광고 평가에서 10점 만점 중 8.16점을 받아 7위에 올랐다. 1989년부터 USA투데이가 수퍼볼 광고 평가를 시작한 이후 한국 기업이 10위권 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활용해 이틀간 진행된 조사에서는 기아자동차 광고가 5점 만점에 4.23점을 받아 공동 3위, 3.92점을 받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광고가 공동 13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 광고는 각각 공동 21위와 30위였다.
◇원칙과 지속적인 투자가 통했다
한국 기업들은 광고계에서는 상식처럼 통하는 '3B(Beast·Beauty· Baby)'원칙을 충실히 지키며 실패의 위험을 피해갔다.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터보 광고에는 스피드의 상징인 치타가 등장했고, 기아자동차 광고에는 브라질 출신의 수퍼모델 아드리아나 리마가 자태를 뽐냈다. 삼성전자 광고에도 세계적인 모델 미란다 커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광고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지속적인 광고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8년, 기아자동차는 2009년부터 수퍼볼 광고를 내보내 왔다.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미국 소비자들이 수퍼볼에서 광고를 계속 접하면서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적인 코드를 잘 이해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 같다"며 "광고 성공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미국 주류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퍼볼 광고는 기업 지명도도 높인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번 광고효과에 만족스럽다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자동차 홍보팀 관계자는 "지난달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아반떼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것에 이어 수퍼볼 광고들이 시선을 끌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사내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All for One'이라는 60초짜리 광고로 기업 이미지도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퍼볼 광고의 경우 반복적인 노출에 의한 홍보효과도 크다. 약 100여개의 미국 언론이 대회 전후 2주간 수퍼볼 광고에 대한 보도를 이어간다. 현대자동차 광고 제작을 맡은 이노션의 박재항 마케팅본부장은 "언론뿐만 아니라 동영상 사이트나 SNS를 통한 반복적인 노출이 이뤄져 올림픽이나 월드컵 광고보다 효과가 더 높은 게 수퍼볼 광고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