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 방위사업청(방사청) 대회의실. 오는 2016년부터 공군 고성능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8조3000여억원 규모의 공군 차기 전투기(F-X) 3차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 100여명과 취재진의 열기로 뜨거웠다.

특히 이날 설명회는 지난해 12월 일본이 차기 전투기 기종으로 미 록히드마틴사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를 선정한 뒤 처음으로 개최되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설명회에는 미 록히드마틴사를 비롯해 미 보잉사(F-15SE), 유럽 유로파이터사(타이푼), 스웨덴 사브사 등 4개 업체가 참여했다. F-X 3차사업에서 실제 경합은 사브사를 제외한 3개사가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X 3차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방사청 전투기사업팀장 위종성 공군 대령은 이날 "전투기 기종은 비용과 요구 성능(ROC) 충족성, 운용 적합성(상호 운용성), 경제·기술적 편익 등 크게 네 가지 기준에 따른 150개 항목을 평가해 오는 10월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F-X 3차사업을 둘러싸고 이 네 가지 기준 중 어느 부분을 중시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오는 2015년12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 등 전략 목표물에 대한 독자적인 타격능력 강화 등 대북(對北)요소 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 주변국과의 충돌 가능성 대비,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과 국내 항공산업 육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F-X 3차사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요군(所要軍)인 공군과 사업을 진행하는 방사청 간에 미묘한 신경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공군은 스텔스 능력 등 성능 위주로 사업 추진을 희망하면서 F-35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6년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모의 공중전에서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가 미군 F-15·16·18 등 비(非)스텔스기에 144대 0의 압승을 거두는 등 스텔스기가 공중전에서 비스텔스기에 비해 압도적 우위에 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군은 이에 따라 일본의 F-35 도입 결정이 강 건너 불이 아니며 우리 F-X 3차사업 기종 선정에도 이를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방사청은 사업의 경쟁구도를 유지하고 한국형 전투기 개발을 위한 기술 이전 등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방사청은'RCS'(레이더 반사면적)과 '내부무장창' 등 F-35에 결정적으로 유리한 두 가지 사항을 성능 요구조건에서 빼거나 수정하도록 공군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사항이 성능 요구조건에 명시돼 있으면 미 보잉사의 F-15SE나 유로파이터사의 타이푼은 링 위에도 올라가 보지 못하고 탈락할 가능성이 컸다.

군과 방사청에선 특히 올해 기종 선정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 "정권 말기에 무슨 대형 무기사업 기종 선정이냐"며 연기론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올해 기종 선정이 안 되면 결과적으로 2~3년 이상 연기가 불가피한데 공군 구형 전투기들의 대량 도태가 임박해 더 이상 기종 선정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6~7년 뒤인 오는 2018~2019년까지 구형 F-4, F-5 전투기들이 대거 퇴역해 공군이 목표로 하는 전투기 규모 420여대보다 100대 가까이 전투기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F-X 3차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군 당국은 비싼 고성능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F-X 3차사업으로는 부족한 전투기 숫자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이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값싼 국산 전투기 120대를 생산하는 KFX사업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F-X 3차사업으로 참가업체에서 이전받은 기술 등으로 KFX를 개발할 예정이어서 F-X 3차사업이 지연될 경우 KFX사업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큰 현실도 우려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