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을 맞아 대박매출을 기대했던 중국의 유통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홍콩의 고가 보석상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냈다. 중국 부자들을 기다렸던 인근 국가의 유통업체들도 예상만큼 장사를 하지 못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번 춘절 연휴 기간동안 중국 본토에서의 소매판매 매출은 4700억위안(미화 750억달러)으로 전년대비 16% 증가했다. 두 자릿수 이상의 증가세지만 전문가들은 이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2009년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연휴 기간 소매판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에 증가세가 꺾였다. 올해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3% 포인트 가량 떨어진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에서 중국도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라는 진단과 최근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자산가격 급락, 경제성장세 둔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 홍콩, 마카오, 한국도 "아쉽다"
중국인들의 팍팍한 지갑이 아쉽기는 인근 지역 소매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홍콩의 보석 전문기업 초상상홀딩스는 이번 연휴에 기대에 못미친 매출을 올린 뒤 향후 매출증가율 전망치를 낮게 잡았다. 올 1분기 매출 증가율을 15%, 2분기를 10% 정도로 예상해 갈수록 증가세가 떨어질 것이라고 본 것.
판매 총책임자인 데니스 라우는 "미국의 경기회복을 확신할 수 없고 유럽은 재정위기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국은 물론 전세계 소비경기가 어두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소매운영협회(HRMA) 캐롤라인 맥 회장은 "이번 춘절 기간동안 보석이나 고가 시계 판매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라며 "작년까지만해도 매출 성장률이 30%씩 나오곤 했는데 이젠 경제지표도 안좋게 나오면서 그같은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협회측은 올해 홍콩의 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25%에서 10%포인트 가량 떨어진 1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화장품 브랜드인 시세이도 역시 홍콩에서 예상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시세이도 관계자는 "사람들이 그냥 구경만 할 뿐 선뜻 제품을 구입하려 하지 않았다"라며 "일단 사기부터 했던 작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마카오의 카지노도 예상만큼 쏠쏠한 장사를 하지 못했다. 춘절때마다 중국 갑부들이 몰려오면서 고성장을 거듭했던 마카오 카지노는 올 춘절에 22%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치로 보면 여전한 고성장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42%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중국 관광객 특수를 기대했던 한국의 유통업체들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춘절을 앞둔 1월 6일부터 17일까지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판촉기간을 가졌던
신세계(004170)
는 전년대비 9%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6% 보다 미흡한 수치다.
롯데쇼핑(023530)
역시 9.8%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에 크게 못미쳤다.
◆ 거품꺼지는 中 자산시장…지금은 아낄 때
중국의 춘절은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처럼 최대의 명절인 동시에 쇼핑특수가 일어나는 기간이다. 중국인들은 선물을 하기 위해 쇼핑을 하고 여가를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블룸버그는 최근 계속된 자산가격 하락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중국의 100대도시중 60개 도시의 주택가격이 하락했으며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17%가 하락하는 등 중국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거품이 계속 꺼지는 중이다.
바클레이스의 피비 체 애널리스트는 "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사정이 이렇자 소비자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이라도 지켜보고자 안간힘을 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 하락과 수출둔화로 9.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년의 10.3% 보다 0.9%포인트 가량 하락한 수치다. 국제기구와 주요 투자은행들은 올해 8%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해외 유명 업체들이 중국의 구매력을 너무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UOB케이히안의 제이슨 유안 애널리스트는 "수많은 외국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의 부자들을 보고 중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게 오히려 문제"라며 "올해는 이들 명품 브랜드들이 힘든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