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

이르면 다음달 그리스가 무질서한 부도(disorderly default)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리스 과도 연립 정부를 구성한 정치 지도자들이 긴축안을 강력하게 거부하면서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5일(현지시각) 3명의 연립 정당 대표들을 설득하기 위해 5시간 회의를 가졌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파파데모스 총리는 회의 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1.5%(30억유로)의 예산 감축 등 기본적인 사안에 대해선 합의했다"며 "6일 오후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정당 대표들의 표정은 다르다.

안토니스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는 "그들(트로이카)은 그리스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지난주에도 "예산 감축으로 시작된 경기 침체는 앞으로 5년 더 이어질 것"이라며 "민간 부문 임금에 대한 트로이카의 양보 없이 개혁안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석 수가 16개인 라오스당의 게오르게 카라차페리스 당수는 앞서 자국내 폭동을 우려하는 서한을 유럽연합(EU)에 내기도 했다.

트로이카는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을 즉시 지원받기 위해 민간 최저임금과 보조 연금을 각각 25%, 35%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가 소유 기관 100개를 폐쇄하고, 수천명의 공무원을 해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자국내 여론을 의식한 정당 대표들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면서 최악의 상황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다음달 20일 만기가 다하는 145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상환해야 한다. 그리스 정치 치도자들이 합의를 거부하면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은 무산되고, 곧장 무질서한 부도 상황을 맞게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그리스 부도 상황을 하나의 시나리오로 가정했고, 독일과 프랑스조차 "그리스를 부도내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유럽국들도 공공연히 그리스 부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를 향해 "약속을 이행하고, 경제 개혁안에 찬성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다음달 부도를 맞을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쏘아붙였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인 유로그룹의 장 클로드 융커 의장은 독일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파산 가능성은 그리스가 경제 개혁을 이행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와 별도로 진행되는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간 국채 손실 분담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민간 채권단에 속해 있는 조세프 아커만 도이치은행 회장은 "민간 채권단에 손실의 70%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관대함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며 "자발적 손실 부담을 재조정하는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에서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