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각) 벨기에 중앙은행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에 유로존에서 경제규모가 6위 수준인 벨기에의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 뒷걸음쳤다. 벨기에는 3분기(-0.1%)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보통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경기 후퇴(recession)에 진입한 것으로 규정한다. 유로존 가운데 경기 후퇴에 빠진 건 벨기에가 처음이다. 벨기에 정부는 올해 예산을 작년 대비 120억유로 이상 감축할 계획이다. 이같은 긴축 규모는 2차대전 이래 가장 강도 높다.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요인이 없어 벨기에 경제는 올해 1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 시내에서 침낭으로 몸을 둘러싼 노숙인이 걸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민간 채권자들과 그리스 정부 간에 부채를 탕감하는 협상이 수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며“하지만 그리스는 임금을 삭감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오는 15일 작년 성장률(잠정치)을 발표한다. 유럽연합(EU) 통계청도 같은 날 유로존과 EU 27개국의 4분기 성장률을 내놓는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긴축 부담으로 쪼그라드는 유로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유로존 경제가 0.5% 뒷걸음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 9월 예상치(1.1%)보다 1.6%포인트 후퇴한 전망이다. 독일은 9월 전망치보다 1.0%포인트 낮은 0.3%, 프랑스는 1.2%포인트 낮아진 0.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재정위기의 중심지인 이탈리아 경제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 2.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9월(0.3%)보다 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유로존의 리더인 독일은 재정 위험국들에 고강도 긴축을 통한 재정적자 감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유럽 은행들은 오는 6월 말까지 1150억유로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은행들이 자산을 팔고 대출을 줄이는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하게 되면 실물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문가들은 성장의 열쇠도 함께 꺼내야 한다고 제안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유럽 정부들이 긴축에만 의지하는 건 '자살 협약(suicide pact)'에 서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경제 붕괴를 피하려면 성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街)의 저승사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유럽중앙은행(ECB)가 대규모 통화정책 완화를 실시해야 한다"며 경제 성장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실물경기에도 타격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는 우리나라 실물경기에도 타격을 주었다. 유럽 쪽 수출이 급감하면서 1월 무역수지가 2년 만에 19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 1월에 미국(23.3%)·일본(37.2%)·중국(7.3%) 수출은 작년과 비교해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EU로의 수출은 반토막(-44.8%) 났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 1월 총 수출액은 작년보다 6.6% 감소했다. EU로의 수출은 최근 4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식경제부 한진현 무역투자실장은 "향후 수출은 유럽 재정위기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등 불안한 대외 여건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도 작년 1분기 1.3%에서 작년 4분기에 0.4%로 둔화됐다. 지난해 성장률은 3.6%로 한국은행의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었다. 한은이 지난달 소비자들에게 6개월 후의 경기 전망을 물어본 결과 '향후 경기전망 CSI(소비자전망지수)'가 76을 기록했다.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 많으면 100을 넘지만 그렇지 않으면 100을 밑돌게 된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매우 어둡게 본다는 뜻이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예상보다 설비투자와 소비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며 "하지만 기업과 가계가 과민반응하는 점도 있는 만큼 유럽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뉴스가 나오면 성장세는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