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DC 시내의 허름한 건물 한쪽에서는 미 국무부가 주도하는 비밀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명은 '소란(Commotion)'. 독재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더라도 국가 통신망을 우회해 반정부 세력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국무부 직원과 통신 기술자, 전직 해커 등으로 팀이 구성돼 있다.
CNN은 미 정부가 추진하는 '소란' 작전에 대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란·시리아·쿠바 등 인터넷을 통제하는 국가를 겨냥한 것이다. 미 정부는 중동의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큰 역할을 한 점에 착안했다. 정부가 통제·차단할 수 없는 무선 통신망을 구축해 테러지원 국가나 독재국가에서 반정부 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궁극적으로는 해외에서 미국의 우군(友軍)이 될 '반체제 사이버 전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대대적인 작전을 펼치는 것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든다.
현재 내놓은 시스템은 휴대전화나 노트북 컴퓨터를 미니 기지국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기기와 통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국가 통신망이 차단돼도 이메일이나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다. 해당 국가에 미니 기지국으로 사용될 기기만 몰래 들여가면 된다.
미 정부는 이 방식 외에도 정부의 통제·차단을 피할 수 있는 20여 가지 무선통신 시스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 같은 프로젝트에 7000만달러(약 786억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세계 곳곳에서 8000여명의 반체제 인사가 미 국무부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대해 이미 훈련을 받았다고 CNN이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실전에 투입돼 효과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미 싱크탱크 '신미국재단(NAF)' 관계자는 "사용자 편의성만 보완하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 시스템을 반정부 세력의 활동 지원 외에 해당 국가에서 사이버 전쟁을 치르기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브뤼셀에 있는 싱크탱크 '국방보안 의제(SDA)'와 미국 보안전문업체 맥아피는 이날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스라엘·핀란드·스웨덴이 사이버전에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조사에 응한 전문가의 57%는 "사이버상 군비 경쟁이 실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36%는 "사이버 보안이 미사일방어망(MD)보다 더 중요하다" 말했다. 절반에 가까운 45%는 "사이버 보안이 국경 경비만큼 중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