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26층 회의실. 허남식(許南植) 부산시장과 코넬리우스 가이스링거사 회장이 1000만달러 투자양해각서에 사인을 했다. 이는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대형선박용 축진동방지댐퍼 제조기업인 '가이스링거'가 부산 강서구 미음동 '미음부품·소재단지' 안 외국인투자지역 1만1570㎡(3500평)에 1000만달러를 투자, 공장을 지어 운영하겠다고 약속한 것. 부산시는 공장 부지를 가이스링거사에 임대(최대 50년)하고 사업운영에 필요한 인·허가 취득 등 최대한의 행정적 지원을 하기로 했다.

부산지역 외국인 투자 유치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부산에 유치된 외국인 투자는 모두 3억4496만달러. 부산시 박중문 투자유치과장은 "외국인 투자 유치가 뚜렷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외국인 투자유치액은 2007년 2억3685만달러, 2009년 1억5594만달러 등이었다.〈표 참조〉 지난해엔 싱가포르의 세계적 마리나시설 운영업체인 SUTL사가 1억달러를, 독일의 산업용 펌프 회사인 윌로펌프가 3000만달러를 각각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 같은 '외국인 투자 유치 성공'은 미음산단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공격적인 마케팅, 북항재개발 본격화, 교육·의료·쇼핑 등 수준높은 외국인 정주여건, 세계적 물류 네트워크 허브란 입지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낸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33만1910㎡(약 10만평) 규모인 미음산단 외국인투자지역은 지난해 12월 9일 지정됐다.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할 경우 최고 50년 무상임대 등의 혜택을 줄 수 있어 투자 유치에 유리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2월 서울사무소에 '투자유치TF팀'을 만들어 가동했다.

부산시 김현재 외자유치담당은 "이 외투지역은 오는 3월 준공 예정이어서 '줄 땅이 있으니 오라'고 보다 구체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했다"며 "지난해 외자유치 성과가 좋은 것은 이런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마케팅 덕분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8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역사인 북항재개발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이 군침을 흘리는 요인. 동북아 지역 해양레저산업 발전에 주목한 SUTL사의 마리나시설 조성이 대표적 사례다.

부산 강서구 미음동 미음산업단지 안에 조성 중인‘외국인투자지역’공사 현장. 최대 50년 무상임대₩조세감면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이 외투지역은 오는 3월 말 준공 예정이다.

부산항이 세계적 물류 체계의 허브란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래서 이들 외국인 투자의 업종은 대부분 조선기자재·자동차부품·기계부품 등 지역 산업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또 마리나 등 해양·관광 등 부산의 자연 환경에 기반한 미래형 업종도 포함돼 있다. 그만큼 지역 산업구조 고도화나 경제발전과 연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올해도 내적 조건은 낙관적이다. 가이스링거사가 신호탄이다. 김현재 외자유치담당은 "2년에 걸쳐 우수한 산업입지 경쟁력 등을 홍보하며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당초 중국 내 공장 신설을 계획했던 가이스링거의 부산 투자를이끌어냈다"고 말했다. 1958년에 설립,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본사를 둔 가이스링거는 축진동방지댐퍼를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박중문 외자유치과장은 "가이스링거 공장 유치가 부품 적기 공급 및 이에 따른 선박가격 경쟁력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특히 고도기술 수반제품의 국내 생산으로 댐퍼 관련 기술을 활용한 풍력 발전용 부품 등 지역 연관 산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부품 업체인 H사, 유류저장탱크 제조업체인 다른 H사 등이 5500만달러 투자 의사를 밝혀와 현재 막바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오는 3월 중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여기에 아직 협상 단계에 있으나 4개 기업의 7200만달러 투자도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BJFEZ)도 지난 26일 글로벌 기업 유치 등 부산항 신항 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BPA 노기태 사장과 BJFEZ 하명근 청장은 이 협약을 통해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해외마케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실질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가기로 약속했다. 또 앞으로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공동설명회 개최 등도 협력하기로 했다.

부산시 이종원 경제산업본부장은 "강서첨단산업물류단지·명지국제도시·해운대온천관광센터 조성 가시화 등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일 내적 조건은 앞으로도 좋아질 전망"이라며 "만일 유럽 재정위기, 미국 금융위기 등 외부적 요인의 영향만 적어진다면 부산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계기나 전기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