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 찾아오니까 우리야 좋지. 새로 배우는 것도 재밌고."

충북 충주시 동량면 조돈마을 회관은 얼마 전 모처럼 북적거렸다. 마을 할아버지·할머니 40여명이 노란 유니폼을 맞춰 입은 대학생들과 짝을 이뤄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을 배웠다. 배움의 열기로 마을회관이 후끈거렸다. 어르신들은 돋보기 안경을 코끝에 걸치고 진지하게 휴대전화 자판을 한 글자씩 꾹꾹 눌렀다.

"이렇게 쉬운 걸 자식들한테 물어보지도 못하고 여태 모르고 살았네." 연신 무릎을 치던 김순년(77) 할머니가 이날 휴대전화 문자 빨리 보내기 시합에서 1등을 차지했다. "우리 현수가 제일 멋있네^^"라는 제시문이 나왔지만 띄어쓰기부터 이모티콘(도형)까지 일사천리였다.

김 할머니는 "짝꿍(대학생 도우미)이 가르쳐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더라. 1등 하니까 좋네" 하며 웃었다.

지난 13일부터 나흘간 SK텔레콤 대학생 자원봉사단 '써니'는 이 마을에서 '모바일(휴대용 전자기기) 농활'에 나섰다. 농사일 돕기 위주의 여름 농활과 달리, 농한기라 시간 여유가 있는 어르신들에게 문자메시지 작성법부터 알람, 계산기 사용법까지 휴대전화 활용법을 1대1 방식으로 꼼꼼하게 알려줬다. 시력이 안 좋은 할아버지·할머니들을 돕기 위해 크게 확대한 휴대전화 자판 그림을 출력해 나눠 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쉬운 걸 여태 몰랐네.”충북 충주시 조돈마을 회관에 모인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대학생 자원봉사단‘써니’에게 휴대전화 활용법을 배우고 있다.

어르신들은 휴대전화를 활용하는 재미에 금세 빠져들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전송하는 법을 배우고 난 날엔 몇 시간 동안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풍경사진을 찍었고 틈틈이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는 할아버지·할머니도 눈에 띄었다. 건국대 4학년 박정연(여·22)씨는 "손자들과 문자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아이처럼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마을의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2학년 청소년 16명의 공부를 도와주고 진로 상담도 해줬다. 지점토로 미래의 자기 모습을 만들어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운동장에서는 꼬리잡기, 릴레이 달리기 등 체육 활동도 했다. 동량초등학교 6학년 이하늘(12)양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생 언니, 오빠들처럼 멋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철도 간이역 밑에 있는 높이 4m, 길이 20m 담에 푸른 잔디밭을 뛰노는 동물 그림을 그렸다. 추운 날씨에다 페인트가 튀어 옷이 더러워지기도 했지만 붓을 든 대학생들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3학년 권미리(21)씨는 "이번 겨울방학에 한 일 중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재능을 기부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농활 마지막 날에는 마을 잔치도 열렸다. 마을 노인회 이만영(74) 부회장은 "농번기에 찾아와 일손 도와주는 것도 고맙지만, 이렇게 생활에 유용한 지식을 친절하게 알려주니 참 고맙고 기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