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권가가 요즘 한창 시끌벅적하다. 대규모 기업공개(IPO)가 있는 것도 아니고, 투자은행의 구조조정 계획이 나온 것도 아니다. 오는 3월 5일부터 한 시간 30분이던 점심시간이 한 시간(낮 12시~오후 1시)으로 줄어 들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휴장은 우리나라에선 이미 12년전 없어진 제도. 하지만 홍콩에선 없애는 것도 아니고 30분 줄이는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증권사 직원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중국과 같은 아시아에선 점심시간이 신성 불가침과도 같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점심시간을 휴장으로 정하고 있는 지역은 아시아밖에 없다. 중국과 홍콩, 일본 등이 점심시간을 지킨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1871년 점심 휴장 제도가 없어졌다. 증시가 문을 연지 4년만의 일이었다. 1698년에 문을 연 런던증권거래소에는 점심 휴장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었다.

홍콩이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서구화된 도시라 해도 구성원 자체는 중국인들인지라 점심시간을 중요시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듯 하다. 점심시간 휴장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초이첸포섬 증권 브로커는 "점심은 중국인에게 습관과도 같다"며 "서구인들은 아침을 잘먹고 점심을 건너뛰지만 중국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주 홍콩의 증권맨들과 인근 식당 주인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홍콩증권거래소까지 행진하며 이번 결정을 주도한 찰스 리 홍콩거래소 대표를 성토하기도 했다.

이들은 증권업종 종사자들이 격무에 시달릴 수 있다고 강조하며 점심을 포기한 댓가로 얻는 이익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점심 시간에는 아예 거래를 포기하자는 주장도 펼쳤다.

이같은 풍경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12년전 우리나라에서 점심시간 휴장을 없앨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중 비교적 가장 빨리 점심 휴장을 없앤 나라다. 지난 2000년 5월 22일부터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던 점심 휴장이 폐지됐다.

IMF 금융위기를 즈음해 점심시간 휴장을 없애려던 금융당국은 증권업계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해야만 했다. 2년뒤 다시 이를 시도할 때도 적잖은 마찰이 빚어졌지만 결국은 관철이 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있을 때 시장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라며 "이는 국제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당시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제 "점심도 먹지 말라는 거냐", "이제 매일같이 햄버거나 먹게 생겼다"는 자조섞인 푸념들이 흘러 넘쳤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증권가에서 점심시간 개장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점심시간 휴장을 없애거나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일본도 지난해 11월 기존 한 시간 30분이던 점심 휴장을 한 시간으로 줄였다. 대만도 개장 시간 연장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