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폭력'을 당해 지난해 서울 A중학교 1학년으로 전학한 B(14)군은 이번 겨울방학이 끝나면 또다시 다른 학교로 두 번째 전학을 가야 할 처지다. A중학교로 학교를 옮긴 지 닷새 만에 다시 '왕따 폭력'을 당한 후유증 때문에 A중학교를 더는 다닐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B군은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인기가 꽤 많았다.

그러나 그해 7월, 같은 학교 학생 7명에게 "재수 없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다. 가해학생들은 일주일간 등교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처벌이 과하다며 교사에게 항의했다. B군은 보복당할까 두려웠고, 2학기 시작 직후 가해 학생들을 피해 근처 A중학교로 전학을 했다. A중학교 학생 몇명은 B군이 왕따 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B군이 다니던 학교 친구를 통해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들은 전학 온 B군에게 어느 날 갑자기 "같은 학교 C군을 괴롭히라"고 시켰다. 새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잘 지내고 싶었던 B군은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C군에게 욕을 했다.

며칠 뒤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B군에게 C군을 괴롭히라고 말했던 그 학생들이 "그동안 C군을 괴롭혔으니 (이번엔 네가) C군에게 몇 대 맞아라"고 말한 것이다. 알고 보니 C군도 입학 후 줄곧 이 학교에서 '왕따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 왕따 폭력 피해자끼리 싸움을 붙인 것이다. 결국 B군은 아이들 10여명이 지켜보는 학교 탈의실 앞에서 얼굴에 시퍼렇게 멍이 들 정도로 C군에게 마구 맞았다.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B군은 "유리창에 부딪혔다"고 거짓말을 했다.

한 달 뒤 담임교사는 "B군이 무단결석했다"며 부모에게 알렸고, 그제서야 B군은 부모와 교사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B군 부모는 C군이 우발적으로 아들을 때렸다고 생각해 "앞으로는 사이좋게 지내라"고 말하고 돌아섰다.

그러나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B군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 것이다. 학교에 갔다가도 조퇴해서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학교에 가지 않고 길거리에서 밤을 새우다 집에 들어온 적도 여러 번이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니 "우울증세가 너무 심해서 이대로 방치하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결국 B군 부모는 경찰에 C군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C군 부모도 이에 대해 "B군이 우리 애를 먼저 괴롭히고 같이 때렸다"며 맞고소했다. 왕따 폭력 피해학생들끼리 맞고소를 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B군 부모는 아들과 C군에게 폭행을 강요한 학생들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B군으로부터 들어 알게 됐다.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폭력을 강요한 학생들을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학교와 교육청은 이 사건을 '왕따 폭력'이 아닌 B군과 C군의 단순 폭행사건으로 몰고 가려 했다. 그 결과 B군과 C군을 지능적으로 괴롭힌 가해학생들은 제대로 된 조사는 물론 처벌을 전혀 받지 않았다.

B군의 아버지는 "아직 어린 줄 알았는데, 이미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축소판이었다"며 치를 떨었다. 그는 "자기들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멀쩡한 애들 두 명을 갖고 놀면서 '왕따폭력'을 주동한 가해학생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불쌍한 피해 학생들끼리 서로 가해자라며 싸우는 꼴이 됐다"고 했다.

[천자토론] 학교 폭력, 문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