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맞아 떡국을 먹었으니 배가 든든하다. 이제 마음을 채울 차례다. 모처럼 주어진 연휴, 공연장에서 느긋하게 작품에 빠져보자. 설 연휴에는 평소 인색하던 공연도 대거 할인에 동참한다. 작품성과 할인율에 모두 만족할 만한 연극과 뮤지컬 4편을 소개한다.

연극‘풍찬노숙’

◇예술적 내공의 시험… 연극 '풍찬노숙'

오랜만에 무게 있는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풍찬노숙'이 제격이다. 장장 4시간짜리다. 웬만한 연극 두 편 볼만한 시간을 버텨야 한다. 2008년 5시간짜리 연극 '원전유서'(연출 이윤택)로 대한민국 연극계를 경악케 했던 극작가 김지훈(32)의 신작이다. 단순히 길다고 주목받는 작품이 아니다. 얼굴이 순대빛인 혼혈족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백만대군을 모아 봉기한다는 이야기다. 머리가 너무도 비상해 받아온 상장이 방의 천장을 뚫고, 남아도는 상장을 태워 밥 짓고 목욕물 끓일 지경인 응보가 주인공이다. 그의 친구 문계는 응보를 혼혈족의 왕으로 세우려 나선다. "점점 짧아지고 빨라지고 작아지는 세상에, 길고 느리고 큰 것을 던져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야심이 남다르다. 21~24일 공연은 30% 할인(1만7500원)한다. 서울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19일 개막한 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는 100㎏이 넘는 종과 거대한 무대 세트로 뛰어난 시각적 연출을 보여준다.

◇대작을 느끼고 싶다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05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기립 박수의 물결로 뒤흔들었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국내 초연 당시 8만 관객이 봤다. 세종문화회관 공연 사상 최단 기간에 최다 입장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에는 영어로 공연한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중국 3개 도시 공연에서 유료 관객 6만2000명을 모아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15세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을 사랑한 꼽추 콰지모도의 아픔이 애절한 노래를 타고 절절하게 울린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대형 무대세트가 압권이다. 19~26일 공연에 한해 10% 할인한다. 다소 비싼(6만~20만원) 공연을 할인받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41-3182

연극‘대학살의 신’.

실컷 웃고 싶다면… 연극 '대학살의 신'

제목만 들으면 대규모 전투 장면이라도 나올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정신없이 웃다가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변호사 부부의 아들이 딴 집 아들을 때려 치아 두 개를 날아가게 했다. 연극은 우아한 튤립으로 장식된 거실에서 두 부부가 만나면서 시작한다. 남편에게 '끙끙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변호사 아내(서주희)가 "속이 안 좋다"며 끙끙대다가 보여주는 '결정적 그 장면'을 놓치지 말자. 수습이 불가한 소동 속에서 네 사람은 감춰뒀던 위선과 가식의 가면을 벗게 된다. 프랑스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 작품으로, 2009년 토니상 최우수연극상 등 3개 부문, 2010년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연출상 등 2개 부문을 받은 수작이다. 20~24일 공연은 20% 할인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02)577-1987

온 가족이 감동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무료 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하반신이 마비된 그가 어떻게, 어디로 갔을까. 추리극인 듯 시작한 극은 잊고 있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따뜻하게 흘러간다. 2005년 초연 당시 "소극장 뮤지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찬사를 받았다.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 작품상과 극본상을 수상했다. 21만명이 본 대학로의 대표적인 흥행 뮤지컬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교과서'로 불린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보는 온 가족 관람객이 은근히 많다. 21~24일 공연에 한해 1인 4매까지 20% 할인한다.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2관,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