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환 경기동부과수농협 상무

지난해는 유례없이 기상재해가 심했다. 햇빛을 잘 받아야 무럭무럭 자라는 과일의 경우 지난해 8월까지 늦은 장맛비로 인해 병해와 소과(小果) 및 낙과(落果) 등으로 농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농업 생산은 그 해의 기상 여건이 품질을 좌우함은 물론 생산량과도 직결된다. 더욱이 작년에는 여느 해보다 추석 대목이 매우 빨라 사과·배 등은 미처 수확해 출하도 못하고 적체됐다.

올해 설 명절도 2월에 들던 예년에 비하면 무척 이른 편이어서 그동안 저장했던 과실을 소모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해에는 좋지 않은 기상으로 저장 과실인 사과가 전국적으로 약 17%, 배가 약 7% 감산됐다. 이런 원인으로 요즘 시중의 과일은 전년 대비 약 20% 정도 오른 값에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 산지 한우 가격이 폭락해 정부·언론에서는 여러 가지 대책이 즐비하다. 그동안 애써 키운 소값이 폭락하여 애를 태우는 축산농업인들의 입장도 안타깝지만 이를 보는 과수 농업인들의 마음도 착잡하기 그지없다.

예로부터 과일은 한우와 더불어 우리 고유 설 명절에 지인들에게 드리는 선물로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설을 앞두고 몇만원 하는 선물용 사과·배 값이 마치 설 물가인상의 주범인 양 보도되고 있다. 또한 한우와 과일은 설 명절에 동시에 선물로 소비되는 품목이기에 지금의 사정은 과일 선물이 위축되는 것이 걱정인 것이다. 이에 과수 농업인들은 그나마 잘 안된 농사에 가격이 떨어질세라 기를 쓰고 출하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은 우리 생명,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애써 일한 일 년의 수확물이 물가 관점이나 소비자의 관점에서만 보도되고 알려지는 것이 서글플 뿐이다.

농축산물의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보일 때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특히 저장하여 출하하는 과실류 등은 그 전년도의 작황이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농업은 한 시점의 물가상황, 가격상황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품목의 작기(作期) 내의 전체적인 생산 동향, 그리고 수급 상황을 고려해 정책도 수립하고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어려운 한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축산 농민을 도와야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수 생산 농업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자괴감에 많은 농업인들이 우리의 먹을거리 생산을 하지 않는다면 그때의 물가 폭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