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새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 회의가 16일 국회에서 열렸다. 한명숙 대표는 "모든 강령에 진보적 가치를 반영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갖고 출발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권을 심판하고 바꿔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민주통합당은 1대99 사회 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1% 부자 증세와 재벌 개혁, 보편적 복지의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날 전당대회에서 "당한 만큼 되돌려 주겠다"고 한 문성근 최고위원은 이날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특검과 BBK 사건에 대한 재(再)특검을 요구했다.

이들의 뒤에는 이번 전당대회 슬로건이었던 '점령하라! 2012!'가 쓰인 걸개그림이 걸려 있었다. '점령' '1대99' '되갚아 주기(복수)', 이 세 가지 말은 민주당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됐다. 그 속에는 민주당의 올해 총선·대선 전략이 담겨 있다.

① 점령하라! 2012! '닥치고' '쫄지마!' 처럼 강렬한 선동 효과

'점령'은 미국 월가(街) 시위대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에서 따왔다. 최근 작고한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은 월가 시위대를 보고 블로그에 '점령하라 2012'란 글을 썼다. 김 고문은 "국민의 투표 참여를 통해 정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글을 김 고문의 유지로 받들고 있다.

'점령' 대상은 물론 올해 총선과 대선이다. 또 '점령'이라는 말에는, 친야 성향의 인터넷 방송 '나꼼수' 등이 외치는 '닥치고'와 '쫄지마!'에 담긴 선동성과 저항성이 담겨 있다. 지지세력을 움직여 결집시키는 효과도 있다. 올해 총·대선의 최고 구호가 '점령하라'인 셈이다.

② 1% 對 99%… 특혜 소수 對 불만 다수 구도면 필승 판단

민주당은 지난달 신당 출범 시 강령 전문에 '99% 국민을 위한 정당을 지향한다'고 명시했다. 여기에는 한나라당을 '1% 특권층을 위한 정당'으로 규정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 대다수 국민은 민주당과 함께하는 것이 맞고, 이들의 지지로 총선·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과거 같으면 선거를 앞두고 내걸기 어려운 '반(反)대기업' 전선을 분명히 한 것도 '1대99' 프레임에 따른 것이다. '대기업 대 중소기업' '초고소득층 대 중산층·서민' '대기업 정규직 대 800만 비정규직' 이런 식으로 선거 구도를 짜면 필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은 작년 10월 서울시장 선거 때도 나경원 후보의 '1억 피부숍 사건'이 터지자 '1% 후보'라고 공격해 재미를 봤다는 게 자체 평가다.

'1대99'는 기본적으로 갈라치기의 정치적 과장이다. 불만을 대기업과 초고소득층으로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여권을 포위하는 전략도 된다. 소수와 다수로 편을 갈라, 소수를 공격하는 정치 프레임(틀)인 것이다.

③ 되갚아 주기… '정치보복 피해자' 내세워 지지층 결집

문성근 최고위원은 15일 전당대회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당한 온갖 수모를 깨끗하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문 최고위원은 16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사건 등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디도스 사건에 대한 대통령 차원의 개입이 확인되면 임기가 하루 남았더라도 탄핵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저변에는 이런 '정치보복' 정서가 깔려 있다. 한명숙 대표, 박영선 최고위원 등이 앞장서 주장하는 검찰 개혁도 손보기 측면이 있다. '되돌려 주겠다'는 말에도 선거 전략적 측면도 있다. '되돌려 주기'는 이명박·한나라당 정권 반대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

'갈라치고(1대99) 점령해서(집권) 되갚아 준다(복수)', 이 세 가지 말은 민주당과 새 지도부의 올 1년을 상징하는 말이 될 전망이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들고 나온 것처럼 야권은 올해 이 말들을 내세우고 있다.

[천자토론] 민주통합당이 가야할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