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이윤 배분을 요구하는 노조와는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노조와는 불가능합니다. 지금 미국 자동차 노사는 이윤의 재분배를 놓고 얘기하고 있지만, 유럽은 여전히 이념 논쟁을 벌이고 있어요.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가 바로 이것입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Marchionne·59) 회장은 최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2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본지와 만나 "지금의 노사관계로는 유럽 자동차 기업의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금속노조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의 일부 노조는 고용·복지 수준 유지 등 정치적인 요구를 하며 정치권과 연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의 금속노조가 反자유무역협정(FTA) 투쟁 등 노사간 직접적인 현안과 무관한 정치투쟁을 벌인 것과 유사한 행태가 유럽의 일부 노조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르치오네 회장은 2004년 파산 직전의 이탈리아 피아트를 맡아 부활시킨 데 이어, 2009년엔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살려냈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로 지난해 피아트의 유럽지역 판매가 12% 줄어들면서, 연말 이탈리아 시칠리아 공장의 문을 닫는 등 다시 위기를 맞았다.

그는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지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디트로이트는 희망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며 "모두가 '할 수 있다'며 더 나은 미래를 얘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만간 디트로이트에 있는 크라이슬러 공장에선 1100명을 추가 고용해 3교대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업계에서 일감이 많다는 것을 상징하는 3교대제를 도입할 만큼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살아났다는 이야기다.

그는 "유럽에서 3교대제가 사라진 것은 시장 상황이 나쁜 탓도 있지만 노조의 태도도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해 일괄적인 기본급 인상 대신, 성과가 나면 일시금과 성과급을 올려주는 '성과 연동 임금제' 도입에 합의했다. 반면 유럽 노조는 재정위기로 공장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이념 논쟁을 벌이며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피아트를 포함한 이탈리아 금속노조는 지난 연말 정부의 재정긴축안에 반대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이탈리아와 유럽은 2008~2009년 디트로이트가 느꼈던 바로 그 위기감, 즉 파산 공포로 가득 차 있어요. 유럽 시장은 향후 3년간 잘해봐야 현상유지 정도일 텐데 노조는 그런 절박한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M&A(인수합병)의 귀재'라는 별명답게 그는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는 소신도 재차 강조했다.

"자동차 산업에선 일정액을 투자해 더 많은 차를 만들어낼수록 유리합니다. 마술은 없습니다(no magic).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외에 제3의 파트너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어떤 상대든 상관없습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장에서 만난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은“유럽 노조가 지금처럼 이념 논쟁을 벌이면 유럽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평소 그는 자동차 업계의 적정 생산규모가 연간 800만~1000만대 수준이라고 말해왔다. 이는 GM·도요타·폴크스바겐 정도만이 달성한 규모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는 2010년 총 384만대, 지난해엔 약 406만대를 판매해 세계 7위 수준. 그는 "새로운 파트너를 영입한다면 570만대도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이 현재 위기에 처한 독일 오펠이나 푸조-시트로엥과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한·유럽연합(EU) FTA에 반대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당초 유럽이 한·미 FTA보다 불리한 조건에 합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두 FTA의 조건이 비슷하다"고 답했다.

크라이슬러는 과거 현대차, 미쓰비시와 함께 엔진 공동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세운 적이 있다. 2009년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지분을 사들이면서 이 합작은 종료됐다. 그는 "한 때 파트너였던 현대차가 정말 훌륭하게 성장했다"며 "현대차에 대해선 나쁘게 말할 게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