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새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재협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명숙 대표는 "4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되면 한·미 FTA 폐기와 재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문성근 최고위원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우선 재협상을 요구하고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통합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한·미 FTA 문제에 올인(all-in)할 모양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FTA 의회 비준 절차를 마치고, 상대국이 FTA 협정 내용에 맞게 국내 법령 등을 정비했는지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 실무협의도 거의 마무리돼 2월 중엔 FTA가 발효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을, 대선에선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이 상태에서 그런 한·미 FTA를 폐기하거나 재협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FTA를 폐기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협정 당사국의 어느 한 쪽이 FTA 합의 파기 의사를 서면으로 공식 통보하고 180일이 지나면 자동 폐기된다. 대통령이 폐기를 주도할 경우 통보하기만 하면 되지만 여기에 국회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국회가 먼저 FTA 폐기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이를 정치적 명분으로 삼아 미국에 통보할 수도 있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90%를 넘어 네덜란드·싱가포르 등 중계무역에 주로 의존하는 몇몇 나라를 빼고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2010년 경제성장률 6.2% 중 3.9%가 수출에서 나왔고, 제조업 일자리 403만개 중 80%가 수출과 관련돼 있다. 수출이 망가지면 성장도 일자리도 함께 망가지는 구조다.
한국 경제는 세계 최저(最低)의 출산율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고령화 고개를 넘어야 하는 형편이다. 노인 건강과 요양 보조 금액은 눈덩이처럼 커져 간다. 빈부격차·양극화 문제가 사회 바닥을 뒤흔들고 있다. 각 문제 하나를 풀려 할 때마다 수백억·수천억원이 드는 것이 아니라 수조·수십조원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지출해야 한다. 수출을 통해 그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국가 부도를 앞둔 그리스와 스페인의 뒤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FTA가 발효되자마자 폐지하겠다고 하는 그런 우방(友邦), 그런 동맹국을 어느 나라 국민이 믿으려 하겠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 직후 "FTA는 이념 문제가 아니고 먹고사는 문제"라고 했다. 야당 지도부는 한국 경제가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분명하게 제시한 다음 한·미 FTA 폐지라는 말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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